[아주초대석]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K-바이오 하이브리드 전략 필요"

  • "기술수출 20조 시대…종착점 아닌 새로운 출발점"

  • "화려한 발표 아닌 실질 성과로 글로벌 신뢰 얻어야"

  • "글로벌 불확실성은 기술 중심 전략으로 극복해야"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경기 성남시 판교 바이오협회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술수출이 산업의 종착점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글로벌 경쟁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경기 성남시 판교 바이오협회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기술수출이 산업의 종착점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K바이오가 글로벌 영향력을 더 키우려면 '선별적 독자 개발'과 '전략적 공동 개발'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바이오산업 특성에 맞는 장기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업 활동의 허용 범위를 넓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전환해야 합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지난 6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바이오 기술수출 20조 시대를 열었지만, 기술수출이 산업의 종착점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려면 신뢰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규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과 투자의 신뢰는 화려한 발표로 얻어지지 않는다"면서 투명한 임상시험 데이터 공개와 예측 가능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플랫폼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중간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며 "기술 중심 외교로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 일문일답.

-K바이오의 기술수출이 활발하다. 기술수출 중심 모델이 K바이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나.

"지난해 K바이오 기술수출이 20조원을 넘어섰다. 기술수출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실적 선택이었고, 여전히 중요한 전략이다. 그러나 기술수출이 산업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을 이전하면 단기 자금은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 수익과 브랜드 자산은 제한적이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부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은 후기 임상 또는 공동 상업화까지 참여해야 한다. 앞으로는 선별적 독자 개발과 전략적 공동개발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필요하다. 기술수출은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이 경기 성남시 판교 바이오협회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이 경기 성남시 판교 바이오협회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글로벌 업체와 격차가 있다. K바이오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더 이상 기술 후발주자라고 보기 어렵다. 특정 플랫폼 영역, 특히 항체 기반 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일부 영역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결정적 차이는 '자본력'과 '경험'이다. 빅파마는 수십개의 임상 실패를 감내하면서도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자본력과 조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은 1~2개 파이프라인 성패가 기업 존속과 직결되는 구조다.

우리의 강점은 빠른 개발 속도와 민첩한 조직 구조, 비용 대비 높은 연구 효율성이다. 약점은 후기 임상 자금력, 글로벌 상업화 네트워크, 규제 전략 전문 인력의 절대적 부족이다. 향후 경쟁은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상업화 확률을 높이는 시스템' 경쟁이 될 것이다."

-K바이오가 수익 창출형 산업으로 성공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을 꼽는다면.

"연구 중심 산업에서 수익 창출형 산업으로 전환하려면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후기 임상과 상업화를 견딜 수 있는 장기 자본 구조를 마련하고, 글로벌 허가·시장 접근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도 과학 중심 사고에서 '시장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용 펀드를 비롯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신약 개발은 사업 프로젝트다. 시장 규모와 경쟁 구도를 분석하고 파이프라인 관리, 특허 전략까지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 전환이 종합적으로 이뤄질 때 비로소 산업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다."

-해외 자본 유치를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신뢰를 높이려면 투명한 데이터 공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장기적 비전의 일관성이 필요다. 임상 데이터의 과장 없는 설명과 리스크 요인의 선제적 공개는 신뢰를 높이는 요소다.

또한 기술 소개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 주어야 신뢰를 얻고 설득할 수 있다. 신뢰는 화려한 발표로 얻어지지 않는다. 예측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성과로 보여 주는 실행력에서 비롯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이 경기 성남시 판교 바이오협회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이 경기 성남시 판교 바이오협회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K바이오가 '제2의 반도체'로 도약하려면 정부와 산업계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바이오산업은 성공 확률이 낮고 개발 기간이 길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국가 전략은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자본 투자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드는 구조 설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임상 특화 펀드, 인프라 고도화, 전문 인력 양성,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영역이다.

특히 후기 임상에 관한 공동 리스크 분담 구조가 없다면 산업은 계속 기술수출 중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끌고 있는 반도체와 동일한 방식이 아니라, 혁신적인 바이오벤처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바이오산업 특성에 맞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규제 정책도 바꾸어야 한다. 기존 포지티브에서 산업 자율성을 높이는 네거티브(사전 허용·사후 규제) 방식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과 중동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불안정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바이오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갖춰야 하나.

"미국의 의약품 관세·약가 인하 정책이 글로벌 의약품·원료 공급망 재편 형태로 바이오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과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신약 개발·임상 부문에 있어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양손잡이' 및 '기술 중심 외교'를 펼쳐야 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큰 시장인 만큼 한 손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위해, 다른 한 손은 중국을 위한 진출 전략을 별도로 취해야 할 수 있다. 기술 중심 외교는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는 품질과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해 어디서든 협력 가능한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핵심 기술은 전략적으로 보호하고, 공급망은 다변화해야 한다.

한국은 CDMO와 플랫폼 기술 분야에서 중간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오리지널의약품 특허 만료, 생산기지 다변화 정책 등으로 발생하는 기회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 기반 마련에 주요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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