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중동전쟁 2주] 현대 전쟁의 판을 바꾼 '저비용 무기'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세계는 다시 전쟁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충돌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단순한 군사 충돌 자체가 아니다. 전쟁의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전쟁은 대규모 군사력 경쟁이었다. 전투기와 전차, 항공모함과 같은 대형 무기 체계가 전장의 중심이었다. 누가 더 많은 병력과 더 강력한 무기를 보유했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냉전 시기에는 핵무기와 대규모 재래식 군사력이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였다.

우크라이나 훈련장에서  ‘P1-Sun FPV 요격 드론’을 점검하는 모습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훈련장에서 ‘P1-Sun FPV 요격 드론’을 점검하는 모습[사진=로이터]



그러나 최근 전쟁은 이러한 공식을 점점 흔들고 있다. 드론과 정밀 미사일 같은 새로운 무기 체계가 전장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전략적 효과는 큰 무기들이 전쟁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전쟁이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단기간에 전황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군사력을 가진 국가 중 하나이며 전차와 장갑차, 장거리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전쟁은 예상과 달랐다. 우크라이나는 드론과 정밀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 군을 효과적으로 견제했다. 특히 터키산 ‘바이락타르 TB2’ 드론은 전쟁 초기에 러시아의 장갑 차량과 보급 차량을 공격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값비싼 전차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 공격에 의해 파괴되는 장면은 현대 전쟁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드론의 역할은 더욱 확대됐다. 정찰 드론은 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포병 사격을 유도하는 데 활용됐다. 자폭 드론은 장갑 차량과 방공 시설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됐다. 전쟁의 중심 무기가 점점 드론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이 ‘샤헤드(Shahid) 계열’ 자폭 드론이다. 이란이 개발한 이 드론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이란산 드론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과 군사 시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드론은 현대 전쟁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무기다. 드론은 정찰과 공격, 전자전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크다. 수천만 원 수준의 드론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장갑 차량이나 군사 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전쟁의 비용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란 샤헤드 드론 사진AP
이란 샤헤드 드론 [사진=AP]



중동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란은 오랫동안 드론과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란이 보유한 드론은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까지 비행할 수 있으며 자폭 공격 능력을 갖춘 기종도 있다.



이 무기 체계는 이란의 군사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란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싸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신 드론과 탄도미사일, 해상 비대칭 전력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비대칭 전쟁’은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강대국과 같은 방식으로 싸우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지속하는 전략이다. 값비싼 전투기 대신 드론을 활용하고 대형 함정 대신 소형 고속정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중동에서는 이러한 비대칭 전략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드론과 미사일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기도 했다. 2019년 사우디의 아브카이크(Abqaiq) 석유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5%가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은 사건은 현대 전쟁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 사건 이후 세계 각국은 드론 전력의 위력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값비싼 전투기나 미사일 방어 체계만으로는 모든 위협을 막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대 전쟁의 또 다른 특징은 정보 기술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드론과 위성 정보,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면서 전장의 정보 흐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군사력의 규모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정보와 기술이 전쟁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의 석유 산업지대에서 방공망이 요격한 드론 잔해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의 석유 산업지대에서 방공망이 요격한 드론 잔해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러한 변화는 세계 각국의 군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국가들은 모두 드론과 인공지능 기반 군사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 전쟁에서 이러한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장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북한 역시 미사일 기술뿐 아니라 무인기와 드론 전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말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북부 지역까지 비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군은 대응 과정에서 여러 한계를 드러냈고 드론 대응 체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군사 전략 역시 변화하는 전쟁 환경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대규모 전력 중심 전략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래 전쟁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드론과 인공지능, 사이버 기술을 포함한 새로운 군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위 산업 역량 역시 강화해야 한다.



중동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드론과 미사일, 정보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전쟁 환경 속에서 국가 안보 전략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전쟁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전 세계 전장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미래 안보 전략을 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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