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투자(빚투)’ 규모를 나타내는 신용거래 융자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가계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늘어난 부채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지난달 기준 31조6384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신용거래 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 등을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자금을 대출받은 뒤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문제는 이 같은 레버리지 투자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가구 평균 부채는 9534만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포인트 상승할 때 민간소비 성장률이 연평균 0.4~0.4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빚이 늘어날수록 가계가 소비보다 원리금 상환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은 곧바로 자영업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FKI)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자영업자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15.2% 감소했고 순이익도 15.3% 줄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53.8%)은 임대료나 인건비 상승보다 소비 위축을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자영업 매출 감소는 다시 고용 축소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 매출이 10% 감소할 때 평균적으로 고용이 0.2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외식·유통업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2만명 감소했다. 소비 부진이 자영업자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 같은 흐름이 폐업과 고용 감축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부채 증가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층은 부채와 주거비 부담으로 결혼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결혼과 출산 기피가 심화될수록 연금·의료·돌봄 등 복지 지출 부담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회 예산정책처는 청장년층 부채 증가가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출산 영향까지 겹치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약화도 우려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2040년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현재보다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로 내수가 위축되고 여기에 저출산까지 더해지면 2050년 이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금융기관 역시 빚투 확대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가계부채 중 약 30%는 변동금리 대출로 구성돼 있으며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0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환 불능 가구가 늘어나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일부 상호금융권에서는 연체율이 3%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두 곳이 유동성 위기로 금융당국에서 경영개선 명령을 받았다. 개인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금융기관 건전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KDI 관계자는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청년일수록 결혼을 연기할 확률이 부채가 없는 가구보다 22.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혼 지연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2040년 이후 연금과 의료비 등 복지 지출 부담을 현재보다 1.8배 이상 확대시켜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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