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트럼프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 중국·러시아를 웃게 한다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최근 이란전쟁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 신정체제에 트럼프 정부와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다. 그간 미국·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원유시설 공습을 자제하고, 군사시설과 핵시설에 집중적인 타격을 가하였다. 그런데 공격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을 타격하였으며, 이란도 그 보복으로 카타르의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 수출기지를 공격하였다. 전쟁이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바뀌자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그 해결책으로 동맹국들에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서구 동맹국들이 거부 의사를 피력하고 있어 트럼프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문제를 놓고 서방국들과 트럼프 대통령 간 이견을 보이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첫째, 과거 미국이 걸프전쟁·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동맹국들과 협의하여 다국적군을 구성하고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구 동맹국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이란과의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둘째, 프랑스·영국·독일 등은 오바마 정부와 함께 이란과 핵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집권 후 전격적으로 파기했다. 서방국들은 트럼프 1기 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을 공격하지 않고 협상했더라면,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 않았을 것이란 입장이다.
 
셋째, “트럼프 정부가 유럽을 동맹국으로 대접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유럽 각지에 팽팽해 있다. 트럼프는 유럽에 일방적인 관세를 부과하여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에서 문명이 소멸한다”고 지적하여 공분을 샀으며, 올해 초 그린란드 영토까지 탐을 내어, 유럽 8개국이 군 병력을 그린란드에 보냈다. 유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형편없다.
 
넷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문제를 놓고도 나토 회원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초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도 직접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미국 무기를 구매해서 우크라이나에 주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 편을 들어 말이 많았다. 종전 협상은 교착상태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No’라고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미통상 문제가 중요한 한국과 일본은 조심스럽다. 다카이치 총리는 19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평화헌법 9조를 설명하고 대신 미국과 공동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은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고민 중이다. 범여권 인사나 시민단체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병을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뒤끝이 작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함을 보내지 않으면 매우 나쁜 미래에 직면할 것이다. 충성심을 시험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동맹국을 향해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따끔한 맛을 보았다. 지난 1월 트럼프는 한국이 대미투자특별법을 국회에서 빨리 비준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확정된 관세율을 원복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만일 한국이 트럼프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던 핵원자력 잠수함 건조 문제가 보류될 것이다. 우라늄·핵 재처리 협상도 진척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는 ‘슈퍼 301조’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또한, 현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미북정상회담 재개 여부도 불투명해질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각을 지면 안보·경제 문제에 있어 앞으로 상당히 힘들어진다. 쉽게 결정 내릴 사안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이란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했기 때문에 이란을 쉽게 항복시킬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하였다. 지난해 말 이란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기에 이란의 신정체제가 붕괴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모즈타바 정부가 세계 원유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여 트럼프의 출구전략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현 상태에서 트럼프 정부가 종전선언을 할 명분이 없다. 이란 정부도 휴전을 거부하면서 거센 항전하고 있다. 이란이 우호 국가들을 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해상 연합군 형성을 저지하기 위함이다.
 
장기전이 될수록 이란이 유리해진다. 이란은 1980년대에 이라크와의 8년간 전쟁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 반면 미국은 아프카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장기전의 늪에 빠졌던 쓰라린 아픔이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은 적다. 미국 민주당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으며, 미 국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도 높지 않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 미국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 트럼프는 수개월 내로 전쟁을 끝내려고 할 것이다. 승리의 명분이 될 전리품이 필요한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을 한 달 연기하였으며, 일본에 주둔한 미 해병대 2,500명을 중동으로 차출하였다. 트럼프가 이란에 결정타를 날릴 궁리를 하고 있다. 국제정세가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가운데 현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이란 원유 수출 물량의 90%가 하르그섬을 통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섬을 왕관의 보석으로 비유했다. 이란의 핵심 석유시설이다. 미 공군이 하르그섬 군사시설을 타격했으나, 석유시설은 아직 건드리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섬에 해병대가 상륙하여 시설을 장악할 수도 있다. 이를 토대로 이란과 협상할 것이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호송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안 인근에 있는 이란의 미사일 기지 등 각종 군사시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곳을 장악하기 위해 해병대를 상륙시킬 것이다.
 
셋째,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목적이 무엇인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란의 60% 농축우라늄 440Kg을 탈취하는 특수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핵무기 10개를 만들 수 있는 규모”의 농축우라늄을 손에 넣을 경우, 전쟁 종식을 위한 명분의 출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란 주변 중동 산유국들은 물론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번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전쟁을 지켜보는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란이 미국과 장기전을 벌일 경우, 트럼프 정부가 중동문제에 몰두하여 인도·태평양 지역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힘을 억제하기 위해 봉쇄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과 신경전을 펼쳐 왔다.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에 잡혀 있으면,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국은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정부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유럽에서 중국의 정치·경제 역할이 증가하기에 이를 환영할 것이다. 중국은 유럽에 전략적 자율성을 촉구해왔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러시아에 유리해질 것이다.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갖은 러시아는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을수록 그 존재감이 높아질 것이다. 나토국가의 집단방위체제에 균열이 생길수록 푸틴에게는 호재이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험을 받고 있다. 동북아지역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삼각안보 협력체제는 물론 한미동맹 관계를 굳건히 유지해야 한다. 해외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핵심 국익도 확보해야 한다.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신의 한 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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