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완의 M.S.G] 종량제 봉투 사재기 부른 '나프타'가 뭐길래

  • 원료 불안에 생활밀착형 소비재도 직격탄

  • 지자체 재고 3개월치…정부는 진화 나서

  • 종량제 봉투 중고거래 금지…되팔이 불법

[편집자주] M.S.G는 마트(M)·스낵(S)·그로서리(G) 등 유통업계 이슈를 쉽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조미료(MSG)를 한 스푼 더해 기사 한 줄 뒤에 숨은 이유까지 맛있게 정리해드립니다.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저희 매장은 하루에 종량제 봉투 10장도 안 팔리는 곳인데, 어제부터 묶음으로 나가더니 오늘은 50리터까지 다 팔려 몇 장 안 남았어요."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26일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편의점 운영 7년 만에 종량제 봉투가 담배를 제치고 매출 1등 품목이 된 건 처음"이라며 기이한 현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때아닌 종량제 봉투 품귀 배경에는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있습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료 수급 차질이 확산하고 있어서죠.

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 자신들의 영해에 있다며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항로입니다. 즉 이곳 통행에 차질이 생기면 원유뿐 아니라 이를 가공해 만드는 각종 석유화학 원료 수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종량제 봉투 대란은 멀게만 느껴지는 국제 분쟁이 일상적인 소비재로 번진 사례 중 하나입니다. 종량제 봉투는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이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 폴리에틸렌 소재로 만듭니다. 이 폴리에틸렌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는 나프타를 열분해해 만든 에틸렌을 다시 중합해 생산합니다. 결국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면 종량제 봉투 생산에도 부담이 전해지는 식입니다.

최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와 나프타 수송의 핵심 통로입니다. 국내 나프타 수입 물량의 상당수 역시 이 지역을 거칩니다. 실제 공급 차질이 길어질 경우 비닐과 포장재, 플라스틱 생활용품 전반으로 가격 불안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불안은 현장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근 편의점 여러 곳을 돌아도 20리터 종량제 봉투는 없고 10리터만 남아 있었다"거나 "마트에서도 언제 입고될지 모른다고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종량제 봉투 판매 온라인몰인 '종량제닷컴'에도 이날 주문 제한 안내가 걸렸습니다. 업체는 "현재 품절 상품은 구매가 불가하며 입고 일정은 본사도 확인이 어렵다"고 공지했습니다. 

이에 일부 점포에서는 사재기 양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소 1~2장씩 사가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묶음 단위로 사가거나, 여러 편의점과 마트를 돌며 물량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종량제 봉투는 생활필수품 성격이 강한 만큼 한 번 불안 심리가 붙으면 수요가 급격히 앞당겨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부는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평균 3개월치 종량제 봉투 재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체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23곳은 6개월치 이상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입니다.

또 지자체가 보유한 종량제 봉투 상당수는 겉면에 지역명이 인쇄되지 않은 롤 형태여서, 특정 지역에서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다른 지자체 물량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재고를 지역 간에 돌려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전국적인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원료 재고도 아직 여력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기후부에 따르면 재활용 업체들은 종량제 봉투 18억3000매 만들 수 있는 재생원료(PE)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종량제 봉투 판매량이 17억8000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생원료만으로도 1년치 이상 봉투 생산이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재기한 종량제 봉투의 남는 물량을 중고거래로 되팔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는 폐기물관리법상 개인 간 판매가 금지된 물품으로, 이를 거래할 경우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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