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을 볼 때 많은 사람의 시선은 곧바로 이스라엘과 이란, 미국과 걸프 국가들로 향한다. 그러나 오늘의 전쟁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예멘의 후티다.
후티는 국가도 아니고 정규군도 아니다. 그러나 어떤 국가보다도 더 영리하게, 더 오래, 더 끈질기게 중동 전쟁의 흐름을 흔들어 왔다. 2026년 3월 28일 후티는 이번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 국면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 공격을 공식 확인했고, 자신들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후티가 더 이상 주변부의 소란스러운 무장조직이 아니라, 전쟁의 축을 바꾸는 핵심 변수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
후티를 이해하려면 먼저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후티는 처음부터 “이란이 만든 꼭두각시”가 아니었다. 중동전문가들은 후티 운동이 예멘 북부 자이드파 공동체 안의 부흥운동에서 자라난 세력이라고 설명한다. 1990년대 북부 사다를 기반으로 성장한 이 운동은 외세 영향력과 중앙정부의 부패, 종교·지역적 소외에 반발하며 세를 키웠다.
2004년 예멘 정부와의 충돌이 본격화된 뒤에는 여섯 차례에 걸친 사다 전쟁을 거치며 지역의 토착 무장세력에서 전국적 내전의 핵심 행위자로 변했다. 후세인 바드르 앗딘 알후티가 정부군에 사살된 뒤 동생 압둘말리크 알후티가 지도권을 이어받았고, 오늘날 후티는 종교운동, 민병대, 사실상의 정권 기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세력으로 굳어졌다.
후티의 진짜 무서움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이들은 북부 산악지대를 기반으로 은닉과 분산, 장기 버티기에 최적화된 전쟁 체계를 만들었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후티가 보고 기간 중 이스라엘을 상대로 220회가 넘는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적시했다. 이는 후티가 감정적 선동 집단이 아니라, 장거리 타격 능력과 장기전 지속 능력을 동시에 갖춘 전쟁기구라는 뜻이다. 로이터는 또 2023년 11월 이후 후티가 홍해와 아덴만, 바브엘만데브를 지나는 상선을 100회 넘게 공격했고, 두 척을 침몰시키고 최소 네 명의 선원을 숨지게 했다고 정리했다.
그동안 중동 전쟁에서 후티가 한 역할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예멘 내전의 주역으로서의 역할이다. 2014년 후티는 수도 사나를 장악했고,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연합군이 개입하면서 예멘 내전은 곧바로 지역 패권전으로 확대됐다.
중동전문가들은 이 전쟁이 기아와 콜레라 확산을 동반하며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중 하나로 번졌다고 설명한다. 즉, 후티는 처음부터 단순한 반군이 아니라 국가 붕괴 위에 올라탄 실질적 권력 세력이었다.
두 번째는 “저비용 고효율 비정규전”의 대표 주자로서의 역할이다. 후티는 사우디의 남쪽 국경을 괴롭히고, UAE와 연결된 남부 세력의 계산을 흔들며, 이란에는 값싼 전략 카드를 제공해 왔다. 후티가 가진 미사일, 드론, 대함무기, 기뢰는 상대적으로 싸지만, 이를 막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은 훨씬 비싼 방공 체계와 해군 전력을 계속 소모해야 한다. 바로 이 비용 비대칭성 때문에 후티는 전면전에서 이기지 않아도 전략적으로는 버틸 수 있었다.
중동전문가들은 후티가 흑시장 무기, 정부군 이탈 세력, 노획 무기 등을 통해 군사력을 키웠다고 설명하고, 최근 보도들은 후티가 여전히 토착 기반을 지닌 채 이란과 전략적으로 맞물린 세력이라고 본다.
세 번째는 홍해와 이스라엘 남부를 연결하는 확전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이다. 후티는 가자 전쟁 국면에서도 상선 공격과 대이스라엘 공격으로 존재감을 키웠고, 2026년 3월에는 마침내 이번 이란 전쟁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AP는 후티의 이번 참전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겹칠 경우 글로벌 운송과 에너지 공급에 훨씬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후티는 이란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조직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이란의 전략적 필요와 후티의 지역적 계산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왜 후티가 이토록 큰 파장을 낳는가. 그 답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있다. 이 좁은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 다시 말해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잇는 병목이다. AP는 바브엘만데브가 세계 무역의 약 12%에 연결된 핵심 해상로라고 짚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024년 초 후티 공격 여파로 수에즈 운하 교역량이 전년 대비 50% 줄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은 2023년 바브엘만데브를 통과한 석유가 하루 평균 8백만 배럴 수준이었고, 2024년 들어서는 홍해 불안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해협을 완전히 닫을 필요도 없다. 위험하다고 느끼게만 해도 선사와 보험회사가 먼저 물러난다. 바로 그것이 후티식 전쟁의 정수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겹치면 사정은 더 심각해진다. 호르무즈는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다. 미국 EIA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20%가 호르무즈를 통과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호르무즈가 페르시아만의 출구라면,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수에즈의 입구다. 하나는 걸프의 기름을 묶고, 다른 하나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우회 없는 물류 동맥을 흔든다.
후티가 위험한 이유는 예멘 북부를 장악해서가 아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흔드는 순간 후티가 바브엘만데브까지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 바로 세계 교역의 두 생명 줄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후티는 늘 같은 방식을 반복해 왔다. 정면 승부보다 버티기, 일회성 대승보다 누적된 피로, 거대한 점령보다 전략적 교란이다. 사우디와의 전쟁에서 그랬고, 홍해 공격 국면에서도 그랬다. 로이터는 후티의 해상 공격이 선박 항로를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로 몰아 더 긴 항해, 더 높은 보험료, 더 비싼 운송비를 초래했다고 전했다. IMF도 홍해 충격이 공급망과 핵심 물가 지표에 왜곡을 만들었다고 짚었다. 후티는 세계 무역을 완전히 끊지 않아도 된다. 세계 시장이 스스로 느리게 움직이게 만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후티 군사 대변인 야히야 사리야가 28일(현지시간) TV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후티를 쉽게 꺾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째, 지형이다. 북부 예멘의 산악지대는 공군력만으로 굴복시키기 어렵다. 둘째, 후티는 단순 반군이 아니라 세금과 치안, 선전과 동원을 묶어 움직이는 사실상의 통치 세력이다. 셋째, 반후티 진영은 늘 분열돼 있었다. 중동전문가들은 예멘 내전이 정부, 후티, 남부 분리주의 세력, 외부 후원국이 뒤엉킨 복합 구조라고 설명한다. 후티는 대승을 거두지 않아도 상대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면 전략적으로 이긴다. 넷째, 미국과 사우디, 이스라엘의 목표가 늘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선박 보호, 사우디는 국경 안정, 이스라엘은 미사일 억제가 우선이었다. 후티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장기 지상전과 통치 대안, 예멘 내부의 반후티 연합 정비가 필요한데, 외부 세력 누구도 그 비용을 쉽게 감당하려 하지 않았다.
후티의 지금 역할은 더 위험하다. 후티의 이번 공격은 단순한 상징적 행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후티가 “이제 이란 전쟁도 내 전쟁이다”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스라엘 본토 타격 확대, 홍해 해상 공격 재개, 사우디 인프라 위협, 또는 조건부 자제와 협상 복귀까지, 후티는 여러 카드를 동시에 쥔 채 가장 정치적 효과가 클 때 하나씩 꺼내 드는 집단이다. 로이터와 AP 보도를 종합하면,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후티는 항상 방아쇠 위에 손을 올려두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계산적으로 움직인다.
미국의 셈법도 복잡하다. 후티가 홍해를 다시 건드리면 해군 호위와 정밀타격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란 압박에 집중하자니 후티가 숨을 돌리고, 후티에 집중하자니 이란 전선이 느슨해진다.
사우디는 후티를 싫어하지만 전면전 재개도 원치 않는다. 홍해는 사우디의 중요한 수출로이기 때문이다. UAE는 남부 항만과 해상 네트워크에 더 민감하다. 이란은 이 모든 계산 위에서 후티를 “홍해의 전략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이 다층적 셈법의 한가운데서 후티는 적은 비용으로 큰 전략적 효과를 누리는 위치에 서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후티는 누구인가”를 넘어서 “왜 세계는 후티를 두려워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답은 분명하다. 후티는 약해서 위험한 집단이 아니라, 약한 방식으로 강한 질서를 흔들 줄 아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후티는 항공모함이 없어도 세계 물류를 흔들고, 정규군이 아니어도 해상 보험료를 뛰게 만들며, 대규모 산업기지가 없어도 국제 유가를 자극한다. 그들이 쥐고 있는 것은 영토보다 병목이고, 병력보다 지속성이다.
결국 후티는 예멘의 북부 산악지대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세계 경제의 맥박을 눌러 볼 줄 아는 세력이 됐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교역의 생명줄이다. 하나가 막히면 시장은 긴장하고, 둘이 동시에 흔들리면 세계 경제는 숨이 가빠진다. 후티는 바로 그 사실을 안다. 그래서 후티의 미사일 한 발, 드론 몇 대, 대함무기 한 번의 위협이 예멘의 뉴스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런던의 보험료, 싱가포르의 선박 운임, 유럽의 공장 가동률, 한국의 정유와 화학 산업까지 이어지는 문제다.
중동 전쟁의 숨은 주역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제 답은 분명하다. 후티다. 그들은 세계를 단숨에 무너뜨릴 힘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를 오래 불안하게 만들 힘은 분명히 갖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 힘이 가장 무섭다.
이제 마지막으로, 후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짚어야 할 핵심이 있다. 바로 종교다. 후티는 이슬람교 시아파 계열, 그중에서도 '자이드파(Zaydi)'에 속한다. 자이드파는 이란의 12이맘 시아파와는 교리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시아파의 한 갈래다. 예멘 북부에서 약 천 년 이상 이어져 온 토착 종교 전통이며, 정치와 종교가 결합된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후티는 단순한 정치 집단이 아니라 종교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결속된 조직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단순한 반군이 아니라 '정당한 질서를 회복하는 운동'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전쟁은 단순한 권력 지향점이 아니라, 신앙과 정체성을 지키는 수호전으로 정당화된다. 그렇다면 왜 후티는 이란과 연대하는가.
이란 역시 시아파 국가다. 물론 이란은 12이맘 시아파이고 후티는 자이드파이기 때문에 교리적으로 동일하지는 않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공통의 기반이 있다. 그것은 '시아파 네트워크'라는 연결 구조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아 민병대, 시리아 정권, 그리고 예멘의 후티를 하나의 전략 축으로 묶어왔다. 이른바 ‘저항의 축’이다.
후티 입장에서 이란은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다. 무기와 기술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신들을 지역 질서 속에서 하나의 정당한 세력으로 격상시키는 존재다. 반대로 이란에게 후티는 매우 효율적인 전략 자산이다. 적은 비용으로 홍해를 흔들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압박하며, 미국의 군사 자원을 분산시키는 카드다.
결국 둘의 관계는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동맹이다. 종교는 그 기반을 제공하고, 정치와 전략은 그 위에 얹혀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본질을 보게 된다. 중동의 전쟁은 겉으로는 미사일과 군함의 충돌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종교와 정체성의 구조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후티는 단순한 반군이 아니다. 그들은 신앙, 지역, 역사, 그리고 전략이 결합된 현대형 전쟁 주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그리고 더 오래 간다. 결국 이 전쟁의 결론은 하나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을 쥔 자는 단순히 지역을 넘어 세계를 흔든다.
그리고 지금, 후티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지지자들이 무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