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출신이 항상 따라오는데 제가 협회 업무를 한 지가 이제 10년 넘어가고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4년간 했다. 이런 쪽 일을 계속 오랫동안 하면서 분위기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법조계 안에서는 통합 분위기가 만들어진 지 오래니까 이제 더 이상 출신이라든가 시험 얘기는 없어진 지도 오래된 것 같다. 이제는 일하는 협회장이 필요했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해 대한민국 법조계 역사상 최초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탄생했을 때 세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지난 5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김정욱 회장은 각계와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었다고 취임 후 1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출신에 따른 갈등은 이미 법조계 내부에서 종결된 이슈라고 일축한 그는 이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시장의 구조조정과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협 회장실에서 김 회장을 만나 사법 개혁의 현안과 법조계 미래를 물었다.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최초의 변호사시험 출신 회장으로서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
-현재 법조계가 '총체적 난국'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사법 시스템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20년 가까이 방치된 결과다. 인원 조정도, 시스템 통합도 실패한 상황에서 각자의 이기주의만 팽팽하다 보니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기분이다. 특히 사법에 대한 국민 신뢰가 요원하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지방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변호사가 있지만 시스템 미비로 인해 그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아주 디테일한 부분부터 하나씩 바로 세우는 중이다."
-최근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을 명시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조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나.
"비정상의 정상화다. 변호인과 의뢰인 간 신뢰는 법치주의의 근간인데 그동안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등으로 이 권리가 너무 쉽게 흔들렸다. 이번 통과로 우리나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을 맞추게 됐다. 국내 로펌들이 다국적 기업을 상대할 때 느꼈던 불안감도 해소될 것이다. 현재 변협 내부에 ACP 가이드라인 연구 TF를 발족해 세부 항목을 다듬고 있다. 법적 안정성을 기해 회원들이 안심하고 조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법 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여당발 사법 개혁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라는 측면에서 취지에는 동의한다. 특히 대법관 증원을 통해 심리불속행(이유를 기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이 폐지되길 강력히 바란다. 다만 이것이 정치적으로 흘러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재판소원 역시 대법원 판결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사실상 '4심제'가 돼 재판이 무한정 늘어질 우려가 있다.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 특히 집행정지에 대한 재판소원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확정 판결까지 피해가 방치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 왜곡죄 역시 법관의 독립적인 본안 해석권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올해 10월부터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수사기관에 큰 변화가 이뤄진다.
"가장 큰 우려는 '수사 지연'과 '책임 소재 불분명'이다. 이른바 '검수완박' 이후 수사 종결권을 누가 갖느냐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면서 보이스피싱 같은 복잡한 사건의 피의자들이 운 좋게 시간을 버는 사례가 속출했다. 수사가 2~3년씩 늦어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더라도 법률 전문가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중대범죄는 법적 쟁점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체계만 바꾼다고 동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특히 보완 수사권 문제가 핵심인데, 공소청에 보완 수사권이 없다면 경제 범죄 같은 사건은 기한 내에 기소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적 사건은 별개로 하더라도 일반 형사·민사 사건에서는 효율성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변호사 수 축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도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재 법조인 중 3분의 2가 청년 변호사다. 이들은 기득권을 누려본 적도 없다. 현재 변호사 시장 중위소득이 월 3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고 경쟁은 과열되고 수임 단가는 낮아지며 이는 결국 부실 변호와 징계 건수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OECD 수준에 맞는 적정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로스쿨 시스템은 학비 수입에만 의존하며 교육의 질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 편입학 담합 문제나 커리큘럼 부실도 심각하다.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원 조정을 논의해야 한다. 변호사가 안정돼야 국민에게 고품질 법률 서비스가 돌아간다. 이게 원래 20년 전에 했어야 했는데 20년 전에 논의만 하고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기 않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방치됐기 때문에 만들어진 사태다. 그래서 제가 정부에도 법무부에도 법원에도 국회에도 모여서 이야기하자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취지는 다 동의한다. 그게 필요 없다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관해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게 사실은 제 임기 내 최종 목표다."
-사법시험 부활이나 예비시험 도입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로스쿨생이 응시하지 못하는 예비시험은 역차별 소지가 있다. 일본처럼 로스쿨 재학생도 응시 가능한 형태의 예비시험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정원을 통제하고 합격률을 현실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AI(인공지능) 변호사가 등장하는 등 리걸테크 열풍이 거세다.
"AI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핵심은 책임이다. AI는 결과에 대해 재산적·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지는 건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변협은 AI 법률인공지능 TF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AI는 반드시 변호사 책임하에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가 개인 정보 유출 리스크나 법적 책임을 외면한 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올해 변협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민생 3법인 '디스커버리 제도(증거조사절차)'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를 안착시키고 싶다. 특히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돼야 기업 등의 증거 독점을 막고 국민이 제대로 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합격자 연수 제도를 개편해 신규 변호사들이 시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 사법부와 법조계가 국민 눈높이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억울한 피해자가 기계적 판결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법조계 체질을 바꾸는 데 남은 힘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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