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중동發 경제 충격 최소화하려면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개월을 넘겼다. 전쟁은 유가, 환율, 금리, 주가에 큰 충격을 주었다. 두바이유는 전쟁 직전 배럴당 68달러 수준에서 1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10달러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환율은 달러당 1440원 선에서 1523원까지 올랐다가 1510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상승했다. 문제는 가격지표 자체보다 공급망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면서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를 담당했던 유조선이 오도 가도 못하고 묶였다. 우리나라는 비축유가 210일분 정도 있어 그래도 다행이지만 나프타 헬륨 등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가격이 폭등했다.
 
현시점에서 중동 전쟁의 향방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대체로 중대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강도 군사충돌에서 제한적 긴장 상태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전쟁에서 발을 빼면 이란도 전면전으로 확대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쟁은 소강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완화하기 위한 국제적 외교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제 원유 가격이 전쟁이 가장 격렬했던 시점보다는 다소 하향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정황을 반영하고 있다.
 
전쟁의 폭풍이 지나가고 있다 해서 전쟁의 영향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총성이 멈춘다 해도 전쟁 이전의 상태로 회복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빠지고, 통행료를 내고, 해협을 이용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전쟁은 사실상 관리되는 긴장 상태로 들어가고 시장의 급격한 불안은 완화된다. 그러나 동시에 에너지와 물류 시스템에는 새로운 비용과 위험이 상시적으로 붙게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경제지표 자체보다 기대와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정부의 비축유 정책, 외환시장 안정 조치, 공급망 관리 등은 물리적 부족을 해결하는 동시에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 역시 과도한 비관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피하고, 리스크 관리와 정상적인 투자·생산 활동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중동발 충격 속에서도 3월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반도체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과 유가 상승으로 수입 부담과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부는 연료가격 상한제를 도입했고, 산업부도 공급망 차질을 겪는 기업에 대해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민생 안정을 위한 26조원 상당의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쟁위기 관리와 대응을 위한 보다 다각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첫째, 에너지 확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격상해야 한다. 한국은 IEA 공조 틀 안에서 비축유 방출 참여·정유사 공급 배분·LNG 도입처 다변화를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에너지 안보 협력을 강화한 것은 좋은 신호이므로 이를 일회성 외교가 아니라 인도네시아·미국·호주·중남미를 포함한 대체 도입처를 패키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격을 억누르는 것보다 충격 완충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 3월 한국 소비자물가는 2.2%로 아직 통제 가능한 범위지만 석유류 가격은 크게 뛰었다. 지금은 전면적 가격통제보다 유류세·교통·물류비 완충과 취약계층 지원을 묶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IEA도 이번 위기 대응으로 비축유 방출뿐 아니라 수요 관리, 교통·산업 부문의 절감 조치를 함께 제시했다. 즉 한국은 싼 기름을 약속하기보다 저소득층·영세운송업·어업·농업·에너지 다소비 중소기업에 표적 지원을 해야 한다.
 
셋째, 환율과 외화 유동성 방어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번 국면의 현실적인 금융위험은 페트로 달러 붕괴보다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의 결합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 부담이 큰 데다 에너지 쇼크가 길어지면 원화 약세와 기업의 달러 조달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시장에 과도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외환 스무딩, 은행 외화유동성 점검, 필요시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무역금융·환헤지 지원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편이 맞다.
 
넷째, 반도체는 괜찮다는 안도감에 기대지 말고 수출 구조를 지켜야 한다. 3월 한국 수출은 반도체 덕분에 강했지만 중동 수출은 급감했고 산업부도 공급망 리스크를 경고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총수출 숫자보다 업종별 취약고리 관리이다. 석유화학, 자동차, 항공, 해운, 정밀화학, 비료·플라스틱 원료 의존 업종을 따로 보고 통관·선복·보험·원재료 조달을 패키지로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이번 중동발 에너지 충격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 나프타 기반 생산구조로 인한 원가 경쟁력 약화, 그리고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삼중의 구조적 압박을 받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과 나프타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기존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표면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위기는 단순히 단기적 충격을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전반의 체질을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 한국 금융시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이는 에너지 의존, 환율 민감성, 외국인 자금 구조, 산업 구성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향후에도 유사한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 대응을 넘어 경제구조 전반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적·산업적 대응이 필요하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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