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였던 삼천당제약이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장중 123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던 주가는 단 나흘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3월 31일 종가 기준 27조774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15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들며 12조5000억원이 증발했습니다. 같은 기간 시총 순위 역시 3계단 미끄러지며 4위로 밀려났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삼천당제약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공시했습니다. 사유는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 공정공시 미이행’입니다. 지난 2월 6일 삼천당제약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관련 실적 전망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매출 97억원, 영업이익률 60% 수준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포함됐습니다. 문제는 이 내용이 공정공시 대상 정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공시 없이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정보 유통 방식은 곧바로 주가로 연결됐습니다. 해당 보도자료가 나온 당일 삼천당제약 주가는 장중 7.9% 하락했다가 4.5%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하루 변동폭이 12%포인트를 넘는 롤러코스터 장세였습니다. 이후 기대감이 확대되며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결국 3월 말 들어 급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번 사태가 유독 뼈아픈 이유는 삼천당제약의 과거 이력 때문입니다. 삼천당제약은 과거에도 코로나19 백신(3000억 원 규모) 및 경구용 인슐린(2000억 원 규모) 계약과 관련해 20차례 이상 정정 공시를 반복하다 결국 중단하거나 지연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 파트너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공시에서 상대방을 비공개로 부친 점, 이례적인 수익 분배 구조 등이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윤대인 회장의 사위인 전인석 대표이사가 보유 지분 1.13%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공시한 점은 ‘내부자조차 고점으로 인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불을 지폈습니다.
현재 삼천당제약은 4월 23일 최종 결정 예정인 불성실공시법인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벌점이 8점 이상이면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되지만, 삼천당제약은 최근 1년 누적 벌점이 0점이라 즉각적인 거래 정지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투자자들에게 결코 다행인 소식이 아닙니다. 이미 발생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은 복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이오 업종 특성상 계약 조건이 단계적으로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약 기대감 선반영 → 불투명한 정보 공개 → 실망 급락’으로 이어지는 고질적인 구조에 피로감이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 TF를 지난달 출범하고 가이드라인 개선에 나선 상황입니다. 단순히 증권신고서의 기재 적정성을 넘어 언론 보도자료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기업이 보도자료에서 자제해야 할 과장된 표현이나 반드시 명시해야 할 리스크를 구체화해 공시와 보도 사이의 괴리를 좁히겠다는 의지입니다.
결국 관건은 ‘징계 여부’가 아니라 ‘신뢰 회복 가능성’입니다. 불성실공시 지정은 절차 위반은 정리하지만 기업가치 기대감과 실제 간의 괴리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한 화려한 수사로 주가를 부양하는 방식은 더 이상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동원 가능한 투명한 정보 공개 수단을 충분히 활용했는지부터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보도자료와 공시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하고, 보도자료는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정량적 정보 공개입니다. 바이오 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수치와 조건을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가능성 중심의 설명은 장기적으로 신뢰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금융당국의 심사 강도가 높아지고 주주들의 눈높이가 엄격해진 지금, 삼천당제약이 기자간담회 등 사후 약방문식 대응으로 무너진 신뢰를 재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K-바이오가 ‘작전주’ 오명을 벗기 위해서 공시의 책임감이 우선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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