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양자컴퓨팅 기업 콴델라가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ISRC)와 손잡고 한국을 아시아 양자컴퓨팅 제조 거점으로 육성한다.
콴델라는 8일 서울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이론 중심의 연구 협력을 넘어 한국 내에서 양자컴퓨터를 직접 설계·제작·평가하는 ‘전주기 개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제조 인프라와 차세대 양자 기술을 결합한 협력 모델로 한국이 ‘양자 제조 역량’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양자컴퓨팅 시장은 초전도체, 이온 트랩, 광자 방식 등 다양한 기술이 경쟁하는 구도다. 이 가운데 콴델라가 주력하는 광자(Photonic) 기반 방식은 기존 반도체 공정(CMOS)과의 호환성이 높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초전도 방식이 극저온 환경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광자 방식은 상대적으로 상온에 가까운 조건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반도체 생산라인(Fab)에서 대규모 집적이 가능해 상용화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콴델라가 서울대를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는 나노 단위 공정과 패키징 설비를 갖춘 국내 대표 연구 인프라로 양자 칩 제작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니콜로 소마스키 콴델라 CEO는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역량과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며 “서울대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양자컴퓨터 제조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의 양자 생태계 구축에 적극 기여하겠다”라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제조’다. 양 기관은 설계부터 공정, 패키징, 검증까지 전 과정을 국내에서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양자컴퓨터 생산 역량을 국내에 내재화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양자 알고리즘 R&D △소자 및 회로 설계 △시스템 구현 등 핵심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기술 내재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인턴십 운영을 통해 향후 한국이 글로벌 양자 산업의 인적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차세대 컴퓨팅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로 평가돼 왔다.
광자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제조 기반을 선점할 경우 기존 반도체 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파운드리와 패키징 기술이 양자 소자 생산에 활용될 경우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경쟁 구도 역시 변수다. 현재 양자컴퓨팅 분야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제조 인프라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콴델라가 한국을 생산 거점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이번 협력은 반도체 공정 기반 양자컴퓨터 제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콴델라 입장에서도 유럽을 넘어 아시아라는 거대 시장으로 진출하는 가교를 얻은 셈이다.
다만 기술적 과제도 적지 않다. 광자 큐비트의 안정성 확보와 오류 교정 기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핵심 난제로 꼽힌다. 대규모 집적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생태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이번 협력은 한국이 ‘반도체 생산 기지’를 넘어 ‘미래 컴퓨팅 제조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양자컴퓨팅 경쟁이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한국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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