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지만 가장 젊다. 50~60대 초고액 자산가들이 오는 가을 예정된 '키아프·프리즈 서울'을 기다린다면, MZ세대 중심의 신진 컬렉터들은 봄을 알리는 '화랑미술제'로 몰리고 있다. 국내 주요 갤러리들은 중견·신진 작가 위주의 작품으로 진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기존에 접하기 어려웠던 신선한 작품들을 대거 들고 나왔다.
9일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화랑미술제 개막 첫날인 전날 약 450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6000명보다 줄어든 수치다. 다만,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기대를 웃도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 갤러리들의 우려가 컸다"면서도 "개막일에 행사장 입구부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등 예상보다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화랑미술제는 올해로 44회를 맞이한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다. 올해는 서울 코엑스에서 169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국내 최고령 아트페어지만, 분위기는 여타 아트페어보다 젊다. 갤러리들은 직전에 열린 아트바젤이나 오는 9월 예정된 키아프·프리즈와 차별을 두기 위해 중진과 신진 작가들을 중심으로 참신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접근했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컬렉터들이 부담 없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개막 첫날 블루칩부터 중진, 이머징 작가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이 고르게 사랑받은 배경이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로터스 강, 장파 등 신진 및 중견 작가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줄리안 오피의 타일 작업이나 안규철 작가의 1955년 작업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작품이나 첫 공개 작품에 방문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블루칩이 아니더라도 희소성이 높은 작품을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커플이나 젊은 부부 단위 관람객들도 작품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컬렉터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2021~2022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계기로 미술품 소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며 "미술 감상에 그치지 않고 구매하고 보유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젊은층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미술시장에서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이 150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쓴 데 따라 초보 컬렉터들의 시장 진입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태희 서울옥션 경매사업팀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낙찰률이 70%대를 회복하면서 시장의 안정적 펀더멘털을 확인 중"이라며 "최고가 낙찰 소식에 초보 컬렉터들이 구매 가능한 작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중견, 신진 작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이러한 긍정적 흐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동 정세 등 리스크 요인 돌출로 관망세가 확대되는 점은 변수지만, 시장 흐름을 꺾을 수준은 아니란 게 대체적인 평이다. 정 팀장은 "고물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변수였던 데다, 오히려 고환율 영향으로 해외 컬렉터들이 국내경매 시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해외 응찰 비중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운송비 부담이 있으나 작품 가격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아 유럽, 중화권, 중국 본토,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해외 작가는 물론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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