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익숙한 비엣젯, 이제 유럽 노선까지 넘본다

  • 베트남 저가항공사 비엣젯, '다국적 항공그룹' 선언

  • 매출 13% 늘고 세전이익도 41% 뛰어

사진비엣젯항공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비엣젯항공 홈페이지 갈무리]


베트남 저비용 항공사 비엣젯이 유럽 노선 진출을 본격화하며 '다국적 항공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단거리 저가 항공사로 출발한 비엣젯이 이제는 훨씬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8일(현지시각) 청년신문 등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중 한국인이 132만6425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그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베트남 항공사가 있다. 바로 저렴한 항공료로 잘 알려진 비엣젯이다. 비엣젯이 이번에 주목할 만한 결정을 내렸다. 주주들에게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배당하고,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아 유럽·미주 장거리 노선을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계획이다. 단거리 저비용 항공사로 출발한 비엣젯이 이제 '다국적 항공그룹'이라는 더 큰 청사진을 꺼내 들었다.

지난 24일 호찌민시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비엣젯은 30% 주식배당과 회사채 발행, 그리고 최대 3억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신주 발행 안건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다시 말해 "지금 현금을 나눠 갖기보다 더 큰 비행기와 더 먼 노선에 베팅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주주들도 이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지난해의 호실적이 있다. 지난해 비엣젯의 매출은 약 13% 늘었고 세전이익은 무려 41%나 뛰었다. 한 해 동안 무려 2820만 명을 실어 날랐고 새 비행기 22대를 들여오면서 보유 기재는 101대로 불어났다. 1년에 2820만 명은 한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게다가 한 해 운항 횟수는 15만 번이 넘어 하루 평균 400편 넘게 날아오른 셈이다.


이번에 마련한 자금은 광동체 항공기 추가 도입, 신규 국제선 개설, 정비 시설 확충, 인력 양성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비엣젯은 이미 파리 에어쇼에서 에어버스 A321neo 100대와 장거리 광동체 A330neo 20대를 한꺼번에 주문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태국 자회사는 내년 노선을 53개로 확대하고, 오랫동안 적자를 이어오던 카자흐스탄 자회사도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체 결제 서비스인 갤럭시페이 거래액은 15조 동(약 8400억 원)을 돌파했고, 멤버십 회원도 200만 명을 넘어섰다. 비엣젯이 단순한 항공사를 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유럽 진출 계획이다. 제이 링게스와라 부사장은 이달 들어 한 항공 콘퍼런스에서 "지금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단연 유럽"이라며 "베트남에서 카자흐스탄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노선을 본격적으로 띄울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을 일종의 '징검다리'로 삼아 동남아에서 유럽까지 한 번에 잇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우리는 늘 아무도 안 가는 시장에 먼저 들어가서 그 시장을 키워왔고 이게 우리만의 공식"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엣젯의 창업주이자 베트남 최초의 여성 억만장자로도 잘 알려진 응우옌 티 프엉 타오 회장은 주총에서 "비엣젯은 단순히 승객을 실어 나르는 회사가 아닌 경제와 꿈, 그리고 미래를 잇는다"며 한층 큰 그림을 강조했다. 독일 부총리 출신 독립이사 필립 뢰슬러 역시 "비엣젯은 오래전부터 유럽 노선 확장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고 거들었다. 단순 선언이 아니라 오래 다듬어 온 카드를 이제야 꺼내 든 셈이다.

물론 모든 게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다. 올해 3월 중동 분쟁이 격해지면서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점은 부담이다. 항공사는 유가 변동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업종이다. 비엣젯도 이런 변수를 감안해 올해 목표치를 살짝 낮춰 잡으며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빠른 확장과 신중한 운영, 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한국 여행객에게도 눈길이 가는 소식이 있다. 지난해 비엣젯의 태국 자회사인 비엣젯 타일랜드가 한국·일본·중국·인도 방면 중거리 노선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낭·푸꾸옥 같은 베트남 휴양지 직항편은 물론, 방콕을 경유해 다른 도시로 이어지는 선택지도 늘어날 전망이다. 노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항공권 가격 부담이 줄어드는 건 여행자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간 꾸준히 지적돼 온 잦은 연착 문제는 비엣젯이 여전히 안고 있는 과제다. 더 먼 하늘을 향해 날개를 넓히는 만큼, 정시성에 대한 신뢰를 함께 높여 가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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