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하늘에는 여전히 포연이 가시지 않았으나, 그 포연 속에서 한 줄기 다른 기류가 동시에 흐르고 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되, 전쟁을 끝내려는 움직임 또한 그만큼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이란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외교·경제·에너지·금융이 뒤엉킨 복합전이며, 그 종결 또한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문명적 선택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이 국면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그는 “이란이 거의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면서 협상 타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전투는 재개된다”고 못 박는다. 이 모순된 언어는 혼란이 아니라 의도된 전략이다. 그것은 곧 ‘강온 병행의 압박 외교’, 다시 말해 협상을 전쟁의 연장선으로 사용하는 고도의 정치기술이다.
이미 이번 전쟁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이후 한 달 반 이상 이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이란 최고지도부 제거, 중동 전역의 미사일 충돌,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이어지며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이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심장부를 겨냥한 충돌로 확대되었다.
미국은 단지 호르무즈 인근에 그치지 않고 태평양까지 작전 범위를 확장하며 이란 관련 선박을 추적·차단하는 전방위 해상 봉쇄를 전개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전쟁이 아니라, 경제를 겨냥한 전쟁, 다시 말해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총성이 아닌 물류 차단과 금융 압박으로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방식이다.
여기서 우리는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오늘의 전쟁은 에너지와 공급망을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점에서 이번 이란 전쟁은 21세기형 전쟁의 전형이며, 향후 국제질서를 규정할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시에 종전을 향한 움직임도 존재한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협상, 2주간의 휴전, 그리고 추가 협상 가능성은 모두 그 징후다. 비록 휴전은 불안정하고 곳곳에서 충돌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전쟁 당사자 모두가 ‘끝’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변수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이다. 헤즈볼라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으나, 이 전선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는 곧 전선을 축소하고 핵심 전장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조정이다. 미국은 이란이라는 본체를 압박하기 위해 주변 전선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현재의 국면은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첫째, 군사적 압박. 둘째, 경제적 봉쇄. 셋째, 외교적 협상. 이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서로를 밀어붙이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균형을 잃으면 전면전으로 치닫거나, 반대로 급격한 타결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구조다.
과연 이 전쟁은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 어떻게 끝나야 하는가.
전쟁의 논리는 간단하다.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의 논리는 다르다.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이란의 핵능력 제거와 중동 질서 재편이며, 이란이 원하는 것은 체제 보장과 경제 회복이다. 이 두 목표는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협상 가능한 영역을 갖고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종전 촉구’의 논리가 출발해야 한다.
첫째, 핵 문제의 단계적 해결이다. 단번의 완전한 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일정 기간의 농축 제한, 국제 감시 강화, 그리고 단계적 제재 완화를 결합한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경제 회복을 통한 평화 유인이다. 이란은 이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내부적으로도 회복 압력이 크다. 전쟁을 끝내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 곧 체제 안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해상 교통로의 완전 개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특정 국가의 것이 아니라 세계의 것이다. 이곳의 안정 없이는 어떤 합의도 지속될 수 없다.
넷째, 중동 다자안보 구조의 구축이다. 미국과 이란의 양자 협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 사우디, UAE, 터키 등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층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결국 이번 전쟁의 본질은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서가 만들어지느냐’에 있다. 승패의 논리를 넘어 질서의 논리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이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낳을 뿐이다.
동양의 고전은 오래전 이미 이를 경고했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 했고, 노자는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은 살아남는다”고 했다. 오늘의 중동은 바로 그 갈림길에 서 있다.
트럼프의 벼랑 끝 전략은 분명 위험하다. 그러나 그 위험 속에서 오히려 타결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 압박이 극대화될수록 타협의 필요성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타협이 일방의 굴복이 아니라 상호 공존의 형태로 설계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전쟁을 통해 질서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질서를 통해 전쟁을 끝낼 것인가. 중동의 평화는 더 이상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세계 경제의 안정이며,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승리의 선언이 아니라 종전의 결단이다.
전쟁은 시작보다 끝내는 것이 더 어렵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끝낼 줄 아는 지도자를 기억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