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지속되는 물가 상승이 만든 사회현상과 소비

사진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물가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2% 초중반에서 안정적'이라는 설명이 반복된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발표를 처음에는 의심하다가 이제는 아예 귀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체감하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는데 공식 통계는 안정적이라고만 하니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서민층을 중심으로 통계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물가 통계가 평균값 중심으로 제시되다 보니 개인이 실제로 겪는 물가 상승과 괴리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사실 체감물가는 코로나19 시기부터 이미 높은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았고,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와 임대료 부담, 관련 서비스 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일부 안정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로 국민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생필품과 외식비처럼 일상적으로 자주 지출하는 항목의 가격 상승이 체감 부담을 더 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민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왜 이렇게 오르느냐"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계는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소비 전반이 위축된다. 정부가 지역화폐 등 소비 진작 정책을 내놓더라도 해당 지원금 범위 내에서만 소비가 이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결국 물가 상승으로 소비 트렌드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정책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시적인 소비 둔화를 넘어 소비 구조 자체가 보수적으로 재편되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소비는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는 반면 해외 소비를 포함한 카드 이용 실적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지출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해외 소비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수기에도 고비용인 국내 여행보다 해외 여행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특정 계층을 넘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강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동 정세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유가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현재 중동 리스크는 유가뿐 아니라 생활필수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식비를 줄이기 위해 할인 애플리케이션이나 구내식당을 적극 활용하는 등 지출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생활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밥 한 줄이 5000원을 넘고 점심 한 끼 비용이 1만5000원에 달하는 상황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과거에는 도시락을 싸는 것이 절약의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구내식당이 더 저렴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물가 상승이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회식 문화 역시 변화하고 있다. 주류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사보다 술값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도 늘어나 간단한 저녁 식사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이동 효율성과 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활 전반에서 '지출 최적화'가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은 취약계층을 넘어 중산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산층은 소득, 자산, 삶의 질 등 다양한 기준으로 정의되지만 소득 측면에서 보면 실질 구매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소득은 줄어들고 그 결과 소비 여력 역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중산층의 소비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물가 상승이 지속될수록 가계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 위축은 다시 내수 부진으로 연결되며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체감물가와 공식 통계 간 괴리가 지속된다면 정책 신뢰도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다 세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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