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조업 재편 본격화…자동차 부진에 방산 부상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독일이 자동차에서 방산으로 생산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자동차 업황 부진과 경기 침체가 겹치자, 수출 중심 제조업 구조를 복원하기보다 가동이 줄어든 생산기지와 감원된 숙련 인력을 방산으로 돌리는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제조업에서는 매달 약 1만5000개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난해 이익은 49% 감소했고, 폭스바겐도 같은 기간 이익이 44% 줄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내 5만명 감원 계획도 내놨다. 포르쉐 역시 영업이익이 직전년보다 98% 급감했다.
 
독일 정부와 기업들은 이를 일시적인 경기 둔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의 신호로 보고 있다.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데다 유럽 전역에서 재무장 수요가 커지면서 독일 제조업은 유럽 방산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재편되고 있다.

독일과 유럽연합(EU)의 규제 변화로 방산 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도 개선됐다. 정부 계약과 공적 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약 1조유로(약 1600조원) 규모의 방산 자금 조달 여건도 열리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자동차 부품업체 셰플러는 드론 엔진과 장갑차 탑재 시스템, 군용 항공기 부품 생산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내년부터 단거리 방공체계 ‘아이언돔’ 관련 부품 생산에 나서는 방안을 두고 이스라엘 기업들과 협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와 탄약 생산을 위해 공장 가동을 늘리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제품이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도 독일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전환을 정책으로 밀고 있다. 독일 경제부는 기존 제조업 공장을 방산 생산기지로 바꾸는 방안을 지원하고 있다. 방산업계 협회와 함께 기존 방산 공급망과 다른 산업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유럽의 방산 기술 벤처투자 자금 중 약 90%가 독일 기업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점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독일 엔진업체 도이츠는 이런 재편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을 새 성장축으로 내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운용하는 패트리엇 시스템용 발전 엔진, 무인 시스템, 장갑차 관련 제품 공급에 나섰다. 방산 스타트업 인수와 신규 투자도 병행했다. 그 결과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달리 대규모 감원 없이 인력을 방산 생산으로 돌렸고, 지난해 매출은 15% 늘었다.
 
WSJ는 독일이 과거 제조업 구조를 되살리는 데 머물지 않고 자동차 중심 산업 기반을 방산 중심으로 다시 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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