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삼천당제약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 공정공시 미이행’을 이유로 벌점 5점을 부과했다. 최근 1년간 누적 벌점도 이번까지 5점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지정 예고 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재를 확정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 기업의 공시 위반 사건이다. 그러나 본질은 훨씬 무겁다.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공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연구개발 성과, 임상 진행 상황, 기술수출 가능성, 매출 전망 등은 기업 가치와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정보다. 투자자들은 제품을 직접 평가하기 어렵기에 공시를 통해 기업의 미래를 판단한다. 공시가 흔들리면 시장의 판단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
특히 바이오 산업은 기대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영역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수익이 현재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구조다. 그래서 더 엄격한 정보 공개가 요구된다. 작은 표현 하나, 일정 변경 한 번, 전망치의 뉘앙스 차이도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산업에서 공정공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 시장 신뢰를 가볍게 본 결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될 때 나타나는 후폭풍이다. 피해는 해당 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바이오 전체가 ‘말은 앞서고 공시는 늦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해외 투자자는 한국 바이오 기업 전반에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고, 개인 투자자는 산업 전체를 불신하게 된다. 우량 기업들까지 함께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거래소의 벌점 5점 부과는 경고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재만으로 끝나서는 부족하다. 기업 스스로 공시를 최고경영진 책임 아래 두는 내부 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연구개발 부서와 IR 부서, 법무·재무 부서가 따로 움직이는 방식으로는 반복 사고를 막기 어렵다. 중요 정보 발생 즉시 검토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시장에 전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감독당국도 사후 처벌에 머물러선 안 된다. 제약·바이오 업종 특성을 반영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더 촘촘히 정비하고, 예측 정보 공시의 허용 범위와 책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업이 몰라서 어기지 않게 하고, 알면서 어기면 엄중히 책임을 묻는 구조가 돼야 한다.
한국 바이오 산업은 세계 시장을 향해 가고 있다.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시장의 신뢰가 함께 따라가야 한다. 연구실에서 만든 성과가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숫자와 사실을 정확히 말하는 문화부터 자리 잡아야 한다. 삼천당제약 사태는 그 기본을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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