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위기와 기회, 동전의 양면을 잡아라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중동 전쟁이 8주를 넘어서 2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휴전이 길어지면서 전쟁은 소강상태이지만 여전히 향후 추이는 혼돈과 미궁이다. 협상이 깨지고 전쟁이 재개될지 아니면 양측이 접점을 찾아 타결에 이를지에 세계의 촉각이 모인다. 전쟁 당사자 간의 샅바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물밑에서는 전쟁 이후에 벌어질 일련의 양상에 대비하는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누구나 예상하는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경기 불안의 여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 가와 경제와 안보를 포함한 변화된 경제 질서에서의 득과 실을 저울질한다. 미국의 힘, 더 정확하게는 트럼프 리더십이 몰고 올 후폭풍과 더불어 기존 질서가 와해하면서 일극이 아닌 양극 혹은 다극 체제로 개편될 가능성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쟁이 의외로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들이 더 많아 보인다.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내면서 5월 중순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우월적 고지에 서려던 계산이 정확히 빗나가고 있다. 우선 미국의 전통적 동맹과의 갈등을 키우면서 미국의 압박에 반기를 들거나 동조하지 않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협력의 틀이 흔들린다. 트럼프발(發) 무차별적 관세로 틀어졌던 관계가 이번 전쟁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식 일방적 독주가 오히려 미국의 글로벌 지배력을 약화하는 쪽으로 빠르게 선회하는 모습이다. 한편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 세력인 미국 내의‘MAGA’세력의 상당수가 등을 돌리면서 지지율이 집권 2기 최저치 3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대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힘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더 커질 조짐이다. 트럼프가 계속 무리수 혹은 자충수를 두면서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란의 무력화와 리더십 교체를 통해 상대적으로 중국에 기울어져 있는 중동 국가들을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는 의도에 엇박자가 생겨났다. 지나치게 이스라엘 편을 들면서 이란과 반대편에 서 있는 수니파 걸프 국가들도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중간지대에 머무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미국보다 실질적 경제 이익이 있는 중국의 유혹에 더 밀착하고 있기도 하다. 이전 전쟁 종식에도 중국의 입김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트럼프의 재집권이 미·중 격차를 줄이고 중국의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중국의 판단이 현재까지는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힘의 후퇴와 중국 힘의 강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중 패권 전쟁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세력화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세력의 거대한 구심점 역할을 하던 미국이 이 궤도에서 이탈하면서 생겨나고 있는 현상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중국에 대한 경계감도 만만치 않다. 당장에 중국으로부터 이익이 궁극적으로 경제적 종속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으로 나타난다. 눈에 띄는 것이 유럽의 홀로서기다. 경제 혹은 안보적으로 미·중에 대해 지나친 의존도를 가진 국가일수록 이러한 흐름에 동조한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미·중 패권 경쟁에 필적하는 상호 연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견국들이 전략적 자율성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 글로벌 질서의 잠재적 뇌관임은 매우 분명하다.

위기 대응팀도 필요하지만, 기회를 선점하는 기회 대응팀도 신속 가동해야

글로벌 리스크를 경험하면서 우리가 터득한 지식과 경험은 위기와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결국은 각자도생이고, 위기로 중심을 잃는 경제주체가 있는 반면에 의외의 기회를 잡아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측도 있다.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시장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블루오션은 있기 마련이다. 후자에 속한 무리는 상대적으로 민첩하게 움직이며, 남들이 근접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진다. 한쪽이 시들해지면 다른 한쪽이 살아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린다. 고유가가 연말까지 계속되면서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가 침체하는 ‘S(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한다. 성장률 목표를 내려 잡고 위기 수습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쟁이 종식되면 부정적인 기류가 사라지고 긍정적인 분위기로의 급반전이 조성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비단 이번에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는 필연적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평소에 이를 실천해야 한다. 당장 고유가로 인한 물가 앙등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하고, 전력 공급 관련해 원전이 괄시받지 말아야 한다. 고질적 취약점인 에너지· 공급망·물류·금융에 더해 안보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위기 대응팀을 일상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희망적인 것은 위기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가능성도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성장률이 1.7%(예상치 0.9%)로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반도체 등 수출 호황이 내수에도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국 경제에 기회 요인들도 속속 드러난다. AI 대전환으로 반도체 호재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전쟁 공포로 인한 방산 수출도 날개를 달고 있다 K2 전차·K9 자주포·FA-50 등에 이어 지대공(천궁)·함대공(해궁) 미사일까지 주문이 쇄도 중이다. 미국 관세 무풍지대인 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출도 급물살을 탄다. 고유가 시대에 역설적으로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의 수출도 증가세로 역전됐다. 악재만 있는 것 같지만 호재도 그만큼 많다. 전후(戰後) 재건 사업도 곧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위기 대응팀 못지않게 기회 대응팀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 경제 위기의 상수인 중국 상품 파상 공세에 허물어지고 있는 지방 소멸과 제조업 구조 조정 관련 로드맵은 더 미룰 수 없다. 위기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대응과 기회 요인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격적 진용 정비도 시급하게 요구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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