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칼럼] 장마당 환율 7만원 시대…중동사태 이후 北에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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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연구실장)]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불거진 중동 사태도 석 달째로 접어든다. 2년 같은 두 달이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에 물가 상승, 성장률 둔화, 그리고 산업별 희비를 교차시키며 시민들 일상에 중차대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약 7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함에 따라 에너지 안보 전선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달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열린 호르무즈 해협 관련 국제회의를 시작으로 항행의 자유 보장과 방어적 성격의 다국적군 계획에 한국도 참여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공조와 수입 다변화의 효능감을 체감하기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중동 사태의 여파는 북한에도 예외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두 개의 전선이 펼쳐짐에 따라 북한의 정치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에도 시선이 쏠린다. 국제 유가의 상승은 단순히 에너지 비용의 증가를 넘어 외환시장 내 달러 수요를 증가시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데일리NK에서 공개한 평양과 신의주, 혜산의 북한 달러 환율은 2월 초 3만5000원 대비 4월 26일 현재 2배 오른 7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2월 초까지 일관성 있게 3만원대를 유지하던 북한 환율을 고려하면 중동 사태의 직접적인 여파로 봄이 타당하다. 물론 북한 당국 내부적으로 달러 통제를 강화하는 대신 조선중앙은행을 통해 원화 공급을 늘린 것이 고환율 속도를 부추겼을 수도 있다. 다만 대북 제재 국면에서 적절한 재화 공급 없이 스스로 원화 가치를 낮추는 관 주도식 통제의 부작용은 그들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중동 정세의 불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잠시 숨을 고르던 북한식 생존전략에 또 다른 뉴노멀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 유류 조달 비용의 비대칭적 폭등과 물류 운임의 인플레이션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정제유 수입 한도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되어 있어 공해상 환적 등 비공식 경로에 의존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밀수 네트워크 운영에 필요한 위험 수당과 물류비가 추가되는 '제재 프리미엄'이 발생하며 이는 내부 도입 단가를 국제 시세보다 훨씬 가파르게 밀어 올린다. 데일리NK와 일본 아시아프레스 가격지표에 근거하면 4월 중순 기준 북한 내 휘발유 가격은 ㎏당 2만3000원, 디젤은 1만8500원 선을 기록했는데 연초 대비 40% 이상 폭등한 값이다. 이는 국제 유가 변동폭의 약 1.5~2배에 달하는 수치로, 공급 부족에 따른 희소성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다. 유가 상승은 신의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북한 내륙 물류의 중추인 '벌이차' 운임을 한 달 새 2배 가까이 상승시켰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특히 당국이 유가 급등에 대응해 민간 유통량을 줄이고 이를 군부 전략 비축유로 우선 전환하면서 장마당의 에너지 공급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둘째, 안보 불확실성에 따른 외화 축장 심리의 확산이다.
중동 사태 여파 직후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중동 전쟁을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체제 선전용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는 흡사 독자들이자 시장 참여자들에게 각자 안보적 경제 리스크에 대비하라는 사인을 주는 것과도 같다. 주민들은 2009년 늦가을 단행된 제5차 화폐개혁이 이북 지역 전역에 야기했던 일대 혼돈의 시기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자국 화폐인 원화에 대한 불신과 안전 자산인 외화(달러·위안) 및 금 등에 대한 과도한 수요 집중을 야기했다는 점도 닮았다. 북한의 장마당 환율은 한때 달러당 7만100원(데일리NK 4월 12일자)을 기록하며 3월 말 대비 29.3% 급등했다. 이는 2주 간격으로 보면 화폐 개혁 이후 가장 불안정한 변동 폭이다. 수입물가 상승과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 돈주(신흥 부유층)들이 일제히 외화 사재기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 폭이 가팔라졌으며, 상인들이 원화 결제를 기피함에 따라 민생경제의 유통 효율성이 급격히 저하되는 이른바 구조적 장기 침체 조짐도 관찰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의 소비 위축은 상인들의 자금력 하락과 시장 전반의 물동량 정체 및 공급망 침체로 연결되어 악순환의 고리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셋째, 사이버 공간에서의 불법적 파이프라인의 고도화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율 폭등으로 인해 부족해진 외화를 메우기 위해 북한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약탈적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2026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연계 해킹 그룹은 2025년 한 해 동안 약 20억2000만 달러(약 3조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이는 북한의 연간 공식 수출액의 4.6배에 달한다. 탈취된 자산은 자산의 흐름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믹서(Mixer)' 서비스와 동남아시아 소재 유령 거래소를 거쳐 법정 화폐로 치환되며 이는 대북 제재망을 우회하여 유류 밀수 대금 및 러시아발 첨단 무기 부품 조달을 위한 핵심 재원으로 전용되고 있다. 모순적이게도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북한에는 불법적 수단의 의존도를 높이고 제재의 틈새 활로를 통해 실질적인 핵·미사일 고도화 자금으로 직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제공하는 셈이다.

넷째, 중·러에 대한 경제적 예속 심화는 외교적 선택의 제약 요인이다.
북한 경제의 최대 버팀목인 중국은 환율 폭등기마다 상황이 체제 불안정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교한 '관리형 지원'에 나서왔다. 북·중 무역량 중 식료품과 에너지 비중이 유가 상승기에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경향도 역내 질서 유지 차원의 비상조치로 볼 수 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북한이 떠안은 경제적 난제는 중국뿐 아니라 쿠르스크 파병과 탄약 지원의 부채가 있는 러시아(석유·식량 등)의 몫이 될 것이다. 이제 중·러의 지원 없이 북한 당국이 야심 차게 내세운 지방발전20x10정책의 가시적 성공도 확신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러시아는 올해 북한 동해안 석유 탐사를 위해 11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특정 국가에 관한 북의 대외 경제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비대칭적 외교관계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결론적으로 중동 사태는 '국제 유가 상승에서 물류비 폭등으로, 원화 가치 하락과 고환율‘이라는 흐름 속에 북한 경제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을 통해 확보한 군사정찰위성 등 첨단 기술이 안보적 '성과'라면 중동 사태가 야기한 7만원대 시장 환율은 경제적 '비상등'이다. 점차 북한의 사이버 약탈과 대외 전쟁 특수에 기댄 변칙적 생존전략은 체제 내 위상을 높여갈 것이며 내부 자원 배분의 불균형과 화폐 주권의 상실 그리고 중·러에 대한 경제적 예속 심화는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중동 사태가 여타 국가들보다 한반도에 더욱 뼈아픈 이유이다.
 
한기호 필자 주요 이력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연구실장) ▷연세대 통일학 박사 ▷통일부 과장(서기관) ▷(사)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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