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복제 전쟁] ETF 카피캣 막는다더니…'보호제도 3종'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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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유사상품 난립을 막기 위해 도입된 지수·상품 보호 제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사례가 극히 제한적이거나 수년간 신청건수가 전무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ETF 시장에서 다른 회사 상품을 베끼는 이른바 '붕어빵' 상품이 난립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4면>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지수·상품 보호 제도는 3가지가 운용되고 있지만 사실상 활용도는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ETP 신상품 보호제도'와 금융투자협회의 '신상품 배타적 사용권'은 2020년 이후 적용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두 제도는 창의적인 신상품을 개발한 금융투자회사에 일정 기간 해당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ETP 신상품 보호제도는 2019년 11월 상장한 ‘삼성 KRX 금현물 ETN’을 마지막으로 신청 사례가 끊겼다. 금융투자협회의 '신상품 배타적 사용권'도 2019년 10월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의 ‘정해진 구간 파생결합사채(ELB)’에 5개월 사용권을 인정한 이후 적용 사례가 없다. 그나마 한국거래소의 '지수우선사용권'(옛 배타적 사용권) 활용도가 높은 편이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지수의 차별성 등을 평가해 3개월 또는 6개월 동안 독점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지만, 기간이 종료되면 유사 지수를 만들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수의 보호 장치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면서 ETF 시장의 ‘카피캣’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ETF 상품은 1099개, 순자산총액은 43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동일 지수를 추종하거나 유사한 전략을 사용하는 상품이 난립하며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도 반복되는 추세다. 특정 ETF의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이나 비중을 일부만 변경해도 별개의 ETF로 인정되는 일이 다반사다.

제도 운용기관 측에선 보호 대상이 되는 ‘독창성’ 판단이 까다로워졌다고 설명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테마형 ETF는 투자자 수요와 시장 이슈를 반영해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테마 상품을 한 회사만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할 명확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운용업계에선 이 같은 구조가 결국 대형사에 유리한 시장 지형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한다. 중소형 운용사가 색다른 ETF로 시장을 개척해도, 대형사가 유사 상품을 출시해 자금력과 유통망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이 틈새시장을 노려 상품을 내놓으면, 괜찮다 싶을 때 대형사가 따라와 규모로 밀어붙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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