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금융기업가정신=진옥동 신한금융지주회장] '관리의 신한'에서 AI 시대 '판단 금융'의 시험대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읽는 핵심 키워드는 신뢰와 전환이다. 신한은 한국 금융권에서 오랫동안 정교한 관리, 강한 조직 규율, 안정적 실적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AI 시대 금융 리더십은 더 이상 사고를 줄이고 숫자를 지키는 능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지금 금융에 필요한 것은 어떤 산업에 자본을 배분할 것인지, 디지털과 AI를 어디까지 의사결정 구조에 넣을 것인지, 그리고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정하는 판단 능력이다. 진옥동 회장은 바로 이 경계선 위에 서 있다.
 

그는 신한의 안정성을 물려받은 관리자이지만, 동시에 생산적 금융 110조 원, 밸류업 2.0, 글로벌 IR, AI브랜치, 슈퍼SOL, 스테이블코인 논의 등을 통해 신한을 미래 금융의 판으로 옮기려 한다. 다만 그의 과제는 명확하다. 신한의 장점인 관리 능력이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산적 금융은 선언이 아니라 자본의 실제 이동으로 증명돼야 하고, AI 전환은 고객 응대 자동화를 넘어 리스크 관리와 투자 판단의 구조까지 바꿔야 한다. 내부통제 문제 또한 신뢰 산업인 금융에서 피할 수 없는 시험대다.
 
결국 진옥동 리더십은 ‘관리의 완성’이 아니라 ‘관리 이후의 금융’을 향한 실험이다. 신한이 안정의 금융을 넘어 판단의 금융으로 갈 수 있는가. 이것이 진옥동 편의 질문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회장 사진연합뉴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회장 [사진=연합뉴스]


[ 관리 금융의 모범생, 판단 금융의 문 앞에 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평가하려면 먼저 신한이라는 조직의 성격을 봐야 한다. 신한은 한국 금융권에서 오랫동안 ‘관리의 모범생’으로 불렸다. 조직 문화는 촘촘했고, 내부 규율은 강했으며, 성과 관리는 정교했다. 신한사태와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며 상처를 입었지만, 그 이후 신한이 집착한 단어는 결국 신뢰와 통제였다. 진옥동은 바로 이 조직 문화의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일본 오사카지점장, SBJ은행 법인장, 신한은행장,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거치며 현장과 글로벌, 은행 경영, 지주 전략을 모두 경험했다. 특히 일본 SBJ은행 경험은 그의 리더십에 중요한 흔적을 남겼다. 일본 금융시장은 규율과 신뢰, 장기 관계가 중요한 시장이다. 진옥동은 이 환경 속에서 금융이 단순히 상품을 파는 산업이 아니라 신뢰를 축적하는 산업이라는 감각을 익혔다. 이후 그가 회장 취임 후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강조한 것도 이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신한금융은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하고,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책무구조도를 먼저 제출하는 등 책임 체계를 제도화하려 했다.
 
 
그러나 AI 시대의 금융 리더십은 신뢰를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과거의 신뢰는 사고를 막는 데서 나왔다. 앞으로의 신뢰는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고도 그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 지점에서 진옥동 리더십의 긴장이 시작된다. 그는 관리 금융의 언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리더다. 동시에 그 관리의 언어만으로는 신한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진옥동 체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생산적 금융, 디지털 전환, 글로벌 확장, 주주환원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은 2030년까지 생산적·포용 금융에 110조 원을 공급하는 ‘신한K성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3조~98조 원가량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자본 배분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프랭크 나이트가 말한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계산 가능한 위험이 아니라 계산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데 있다. 금융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질문은 명확해진다. 진옥동은 안전한 자산에 머무는 관리자인가, 아니면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고 미래 산업에 자본을 배치하는 판단자인가. 현재까지의 답은 절반의 전환이다. 그는 방향을 바꾸고 있지만, 신한이라는 거대한 금융조직의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진옥동의 리더십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진행 중인 실험이다.
 
 
[생산적 금융과 밸류업, 자본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
 
진옥동 리더십을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장면은 생산적 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발족하고, 투자·대출·재무건전성·포용금융 등 네 개 분과를 통해 그룹 차원의 자금 공급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선택의 의미는 크다. 한국 금융의 오래된 수익 공식은 가계대출, 부동산 담보, 이자이익이었다. 이 공식은 안정적이지만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AI, 반도체, 바이오, 첨단 제조, 지역 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야 새로운 성장이 가능하다.
 
 
진옥동은 이 전환을 정책 구호로만 두지 않고 조직 개편으로 연결했다.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만든 것은 자본 배분의 우선순위를 바꾸겠다는 신호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검증 지점이 있다. 생산적 금융이 정말 기업가정신이 되려면 단순히 큰 금액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산업에, 어떤 단계의 기업에, 어떤 위험 감수 조건으로 자금이 들어갔는지가 중요하다. 이미 검증된 대기업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관리 금융의 연장일 수 있다. 반면 초기 성장기업, 기술기업, 지역 혁신기업에 장기 자본을 공급한다면 그것은 판단 금융에 가깝다.
 
 
진옥동은 생산적 금융과 함께 주주환원도 강하게 밀고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 밸류업 2.0’을 통해 그룹 성장과 주주환원을 연동하는 체계를 제시했고, 자사주 취득·소각과 배당 선진화에 적극 나섰다. 2025년에는 8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취득·소각을 결의했고, 앞서 2023년과 2024년에도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했다. 배당 기준일을 배당액 확정 이후로 조정한 배당 선진화도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생산적 금융과 주주환원이 서로 반대 방향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나는 미래 산업으로 돈을 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AI 시대 금융 리더십에서는 두 가지가 충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금융회사는 장기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 주주환원은 단기적 인기 정책이 아니라 자본 조달 비용과 시장 신뢰를 낮추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균형이다. 주주환원에 치우치면 미래 투자가 약해지고, 생산적 금융에만 치우치면 단기 자본시장의 평가가 흔들릴 수 있다.
 
 
진옥동은 이 균형을 잡으려 한다. 안정적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동시에 생산적 금융으로 미래 성장판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금융 리더에게 가장 어려운 길이다. 돈을 벌 때는 주주가 요구하고, 미래를 준비할 때는 산업이 요구한다. 두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진옥동의 생산적 금융은 숫자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110조 원이라는 총액보다, 그 자금이 신한의 포트폴리오와 한국 산업의 구조를 실제로 바꾸는지가 핵심이다.
 
 
[AI·디지털 전환, 기술 도입을 넘어 판단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
 
진옥동 체제의 두 번째 축은 AI와 디지털 전환이다. 신한은 이미 은행권 최초 수준의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해왔다. 신한은행은 AI 은행원을 도입한 AI브랜치를 열었고, 금융위원회는 AI 은행원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또한 신한금융은 은행·카드·증권·라이프·저축은행의 핵심 기능을 모은 통합 앱 ‘슈퍼SOL’을 출시했고, 2025년 3분기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 206만 명 수준을 기록했다. 진옥동은 은행장 시절부터 디지털 전환에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고 강조했고, 배달앱 ‘땡겨요’ 같은 비금융 플랫폼 실험도 추진했다.
 
 
그러나 AI 금융 리더십의 평가 기준은 단순하지 않다. AI브랜치가 생겼는가, 슈퍼앱이 출시됐는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이 금융의 판단 구조를 바꿨는가다.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앱을 통합하고, 업무 비용을 줄이는 것은 효율 개선이다.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효율을 넘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금융을 제공할 것인지, 어떤 산업의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내부통제 신호를 어떻게 조기에 포착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 점에서 신한의 디지털 전략은 아직 과도기다. 슈퍼SOL은 통합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성장세가 폭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I브랜치는 상징성이 크지만, 그것이 그룹 전체의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투자 판단, 내부통제 구조를 얼마나 바꾸고 있는지는 더 검증이 필요하다. 진옥동의 과제는 디지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로 판단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접근은 좀 더 주목할 만하다. 진옥동은 2025년 세계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경영진과 잇따라 만났고, 스테이블코인과 ERP뱅킹, AI 에이전트를 금융 본연의 기능을 재편할 핵심 동력으로 언급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 투자 대상으로 보지 않고, 국경 간 결제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인프라로 바라보는 듯하다. 신한금융이 임직원 교육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배포 과정을 실습한 것도 기술 이해도를 조직 내부에 확산하려는 시도다.
 
 
이 대목은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키르츠너가 말한 기업가는 시장의 기회를 남보다 먼저 포착하는 사람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제도적 불확실성이 크고, 한국에서는 관련 법제도 논의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글로벌 결제와 디지털 화폐 인프라의 가능성을 먼저 탐색하는 것은 판단 금융의 영역에 속한다. 다만 이 영역은 리스크도 크다. 디지털 자산은 신뢰가 흔들리면 금융회사 전체의 평판을 위협할 수 있다. 진옥동이 해야 할 일은 빠른 진입이 아니라 통제된 실험이다. 미래 인프라를 선점하되, 고객 보호와 내부통제의 울타리를 먼저 세워야 한다.
 
 
AI 시대 금융의 본질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기술이 만들어낸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하며,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지는가다. 진옥동의 디지털 리더십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AI와 디지털을 단순 홍보용 구호가 아니라 금융 기능 재편의 문제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그것이 성과로 입증되는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 글로벌 신한, 일본과 베트남에서 얻은 확장 DNA]
 
진옥동의 리더십에서 글로벌 경험은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신한은행 일본 오사카지점장 시절 일본법인 SBJ은행 출범을 주도했고, 이후 SBJ은행 부사장과 법인장을 맡았다. 일본 경험은 그를 단순한 국내 은행장이 아니라 글로벌 현장을 아는 금융인으로 만들었다. 일본 금융시장의 까다로운 규제와 고객 신뢰 환경 속에서 사업을 운영한 경험은 회장 취임 이후 해외 IR과 글로벌 사업 전략으로 이어졌다.
 
 
진옥동은 회장 취임 후 해외 투자자를 직접 만나는 데 적극적이었다. 2025년에는 일본, 유럽, 중앙아시아, 북미 등에서 투자자와 금융당국 관계자를 만나 신한의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2026년 초 중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도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진옥동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신한금융의 글로벌 위상을 자본시장과 연결하려는 행보다.
 
 
특히 베트남은 신한의 글로벌 전략에서 핵심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24년 전체 신한은행 해외법인 순손익의 44.5%, 전체 해외법인 순손익의 25.3%를 차지하며 핵심 해외법인으로 자리 잡았다. 진옥동은 베트남 현지 신사옥 입주 기념식에도 직접 참석했고,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베트남에서 더 높이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략은 금융 리더십에서 중요한 기업가정신 지표다. 국내 시장은 이미 성숙했고, 금리와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수익성이 흔들린다. 해외에서 성장판을 찾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은 단순히 해외 지점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현지 고객을 이해하고, 규제와 문화에 적응하며, 현지 자산을 운용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신한의 베트남
전략은 이 점에서 비교적 진전된 사례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해외 수익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그 지역의 경기와 환율, 규제 변화에 취약해진다. 글로벌 금융그룹이 되려면 베트남 성공을 다른 지역으로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아시아, 일본, 유럽, 북미에서 신한이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만들 것인지가 관건이다. 단순한 해외 진출은 관리의 확장이고, 현지 금융 생태계에 깊이 들어가 자본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은 판단의 확장이다.
 
 
진옥동의 글로벌 리더십은 현장을 직접 뛰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IR을 통해 해외 기관투자가에게 신한 밸류업 2.0을 설명하고, 한국 금융시장 안정성과 신한의 펀더멘털을 직접 알리는 행보는 자본시장 리더십의 한 형태다. 그러나 글로벌 신한이 진짜 완성되려면 해외 수익의 양뿐 아니라 질이 바뀌어야 한다. 해외에서 단순 은행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결제 인프라를 결합한 복합 금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진옥동은 일본에서 신뢰를 배웠고, 베트남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그의 과제는 그 경험을 신한 전체의 글로벌 전략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
 
 
[ 내부통제와 신뢰, 진옥동 리더십의 가장 어려운 시험]
 
진옥동 리더십의 가장 큰 시험대는 내부통제다. 생산적 금융, AI, 글로벌, 밸류업이 모두 중요하지만 금융의 바닥에는 결국 신뢰가 있다.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혁신도 지속될 수 없다. 신한금융은 내부통제에 강한 조직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손실 사고, 신한은행 금융사고, 신한카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이어지며 통제 역량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선물 거래 손실 사고는 충격적이었다. 손실 자체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해당 부서가 이를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금융사고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손실이 아니라 보고 지연이다. 손실은 관리할 수 있지만, 보고 지연은 조직 문화의 문제를 드러낸다. 현장이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본부가 늦게 파악하며, 경영진이 사후 대응에 나서는 구조라면 아무리 정교한 규정도 무력해진다.
 
 
진옥동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주주서한을 통해 사과했고,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보호를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책무구조도 도입, 소비자보호부문 신설, 자회사 CEO 평가 항목에 내부통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대응에 나섰다. 또한 금융보안 수준진단 프레임워크를 주요 그룹사에 적용하며 자율보안 체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도 시작했다. 신한금융은 해당 프레임워크를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현장 적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통제는 제도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금융 조직의 사고는 대체로 두 가지 힘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하나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보수성이고, 다른 하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다. 겉으로는 보수적이지만 현장에서는 성과 압박이 작동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위험을 축소하고, 보고를 늦추며, 문제를 개인적으로 처리하려 한다. 이것이 보수적 조직에서 오히려 큰 사고가 나는 이유다.
 
 
AI 시대에는 내부통제의 의미도 달라진다. 과거 내부통제는 규정 준수였다.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 조기 경보와 책임의 구조화다. AI가 이상 거래와 리스크 신호를 더 빨리 포착할 수 있지만, 그 신호를 보고 누가 판단하고 누가 책임질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진옥동이 진짜 AI 금융 리더가 되려면 AI를 고객 응대와 플랫폼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와 리스크 판단의 구조 안에 깊이 넣어야 한다.
 
 
진옥동의 리더십은 이 지점에서 가장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생산적 금융은 실패를 감수해야 하지만, 내부통제 실패는 용인될 수 없다. 미래 산업에 투자하다 손실이 나는 것은 기업가적 실패일 수 있다. 그러나 보고가 늦고, 소비자 보호가 무너지고,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기업가정신이 아니라 관리 실패다. 금융 리더는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
결국 진옥동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생산적 금융의 실제 자본 배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둘째, AI와 디지털을 의사결정 구조와 내부통제 체계에 연결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성과를 베트남 의존에서 벗어나 복제 가능한 모델로 확장해야 한다. 넷째, 신한의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승계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진옥동은 금융을 바꾸려는 리더다. 그러나 신한이라는 조직은 크고, 한국 금융의 관성은 깊다. 그의 리더십이 성공하려면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데서 멈추면 안 된다. 방향을 숫자로, 숫자를 구조로, 구조를 문화로 바꿔야 한다. 그때 비로소 진옥동의 신한은 관리 금융의 모범생을 넘어 AI 시대 판단 금융의 표준으로 기록될 수 있다.
 
 
[ SWOT 분석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은 ‘관리의 완성 위에서 전환을 시도하는 구조형 리더십’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강점(Strength)
무엇보다 신한 특유의 정교한 내부통제와 안정적 수익 기반 위에서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생산적 금융 110조 원, 밸류업 정책, 글로벌 IR,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며 안정성과 성장 전략을 병행하는 균형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본·베트남 경험을 통한 글로벌 감각과 자본시장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타 금융지주 대비 분명한 경쟁력이다.

약점(Weakness)
지나치게 정교한 관리 시스템은 조직을 보수적으로 만들고, 디지털 전환과 생산적 금융의 실행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슈퍼앱과 AI 전략은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실질적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며, 무엇보다 증권 손실, 금융사고, 개인정보 유출 등은 내부통제의 ‘완성도’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기회(Opportunity)
AI 금융, 디지털 자산, 글로벌 신흥시장 확대는 신한이 단순 은행 중심 그룹을 넘어 플랫폼형 금융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생산적 금융이 실제 자본 배분 구조로 이어질 경우 산업 금융에서 새로운 역할을 확보할 수 있다.

위협(Threat)
‘신뢰의 균열’이다. 금융은 신뢰 산업이며, 내부통제 실패는 모든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다. 동시에 빅테크의 금융 침투와 글로벌 경쟁 심화는 신한의 기존 경쟁력을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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