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중간은 없다. 열렬히 좋아하거나 끝내 이해하지 못하거나. 김민하 감독의 영화에는 늘 치열한 '취향 싸움'이 존재한다. 단편 '버거송 챌린지' '빨간 마스크 KF94' 장편 데뷔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교생실습'에 이르기까지. 김 감독은 그 기묘하고도 사랑스러운 리듬을 쉬이 타협할 마음이 없다.
부푼 포부와 사명감을 안고 모교에 부임한 'MZ 교생' 은경(한선화 분). 학생들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교단에 섰지만 무너진 교권과 삭막한 학교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은경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소라'의 세 소녀 아오이(홍예지 분) 리코(이여름 분) 하루카(이화원 분)와 마주하고 이들이 심상치 않은 사건에 얽혀 있음을 직감한다. 모의고사 전국 1등을 놓치지 않는 이들이 요괴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채 시험의 답을 알아왔음이 드러나고 은경은 위태로운 제자들을 지켜내기 위해 '수능 귀신'이 설계한 죽음의 모의고사 속으로 기꺼이 몸을 던진다.
'교생실습'은 호러의 문법을 비틀어 코미디의 동력으로 삼는다. 전작의 궤를 잇되 호러의 전형성과 코미디의 리듬을 충돌시키며 그 조악함마저 치밀하게 설계된 미학으로 전복시킨다. 과잉을 결점이 아닌 고유의 언어로 밀어붙이는 기세는 김민하 감독만이 가진 독보적인 인장이다. 제작비의 한계를 영리한 연출 장치로 돌파하고 픽셀 아트나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작품 특유의 힙하고 키치한 질감을 구현하는 감각은 여전히 반짝인다. 현실을 비껴간 캐릭터와 파격적인 대사 의도된 투박함이 돋보이는 공간은 시작과 동시에 관객을 이 기묘한 세계관 안으로 밀어 넣는다. 김 감독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순간 무질서하게 쏟아지는 파격과 조악함은 오히려 관객에게 해방감을 안긴다.
'호러블리'(호러·러블리)라는 수식어 아래 호러와 사랑스러움을 변주하고 있으나 영화가 품은 메시지는 전작보다 묵직하다.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코미디의 외피 안에는 시대의 통점이 박혀 있다. 무너진 교단과 거대해진 사교육 시장의 그림자 그리고 일제강점기 조선 우민화 정책의 일환이었던 '서당 사냥'의 역사가 예리하게 담겼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 기록한 관객 3만 명은 사실상 속편 제작이 희박한 수치였다. 소수 취향의 영화로 잊힐 뻔한 이 세계에 다시 숨을 불어넣은 건 관객이다. OTT 플랫폼에서 '걸스나잇 무비'로 입소문을 타며 팬덤이 형성됐고 다시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동력이 됐다. '교생실습'은 관객이 기어이 불러낸 응답인 셈이다.
이는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소외된 소녀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견디는 모습은 관객들이 이 영화 시리즈를 지켜낸 방식과 묘하게 닮았다. 미완의 존재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시대의 부조리를 지나는 과정은 섣부른 훈계보다 단단한 위로로 다가온다.
배우들의 호흡도 인상 깊다. 은경 역의 한선화는 극의 중심에서 서사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과 영화 '퍼스트 라이드', '파일럿' 등을 통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그는 김민하 감독의 세계관을 충실히 구현하며 관객과 작품 사이의 단단한 가교를 만들어준다. '쿠로이소라' 3인방 홍예지 이여름 이화원과 '이다이나시' 역의 유선호 역시 훌륭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교생실습'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니다. 다만 끝까지 취향을 밀고 나가며 기어이 응답을 얻어내고야 만다. 그 고집스러운 진심은 각자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든 미완의 존재들에게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다정한 흑마술이 된다. 13일 CGV 단독 개봉. 러닝타임은 94분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