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年 2800억 부담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표류

  • 정무위 소위 상정 불발…하반기 재논의 전망

  • 금융사 잘못 없어도 최대 5000만원 배상에…은행권 시스템 강화 총력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 회의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 회의 [사진=연합뉴스]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금융사가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배상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하반기로 미뤄졌다.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권이 연간 최대 2800억원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은 입법 전부터 사기 예방 시스템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은 논의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해당 개정안은 강준현·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것으로 금융사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이 핵심이다.

무과실 배상책임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첫 국무회의에서 보이스피싱 대책 마련을 주문한 이후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면서 본격 논의됐다. 범죄 조직에 속아 고령층 피해자가 직접 자금을 이체한 사례처럼 현행 제도로는 구제받기 어려운 것까지 폭넓게 보상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해당 법안을 올해 1분기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지만 안건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이번 소위에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관련 논의는 지방선거 이후 하반기 소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권에서는 무과실 배상 제도가 자칫 보이스피싱 범죄를 부추기거나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배상 한도에 따라 금융권 부담 규모가 매년 수천억 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강준현 의원안은 금융회사 배상 한도를 최대 5000만원으로, 조인철 의원안은 최소 1000만원 이상으로 각각 설정했다. 배상 한도가 5000만원으로 정해지면 은행과 상호금융권 등이 부담해야 할 총 배상액은 연간 2811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보다 56% 증가한 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배상 기준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금융권의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이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는 대형 은행보다 지역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금융사에 일률적으로 피해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입법 여부와 별개로 보이스피싱 예방 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 ‘금융사기예방 유닛(Unit)’을 신설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을 전담하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증권·카드 계열사와 사기계좌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했고, 우리은행은 경찰·수사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기반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했고, NH농협은행은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분석 AI 플랫폼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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