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에 마주한 안타까운 현실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가정의 달’로 지정되어 부모는 자녀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자녀는 노년의 부모에 대한 돌봄을 깨닫게 된다. 또한 5월은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청소년의 권익 증진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지정된 ‘청소년의 달’이다.

가정의 달 첫날부터 가정 사랑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사건들이 보도되어 안타깝다. 30대 친모가 8개월 된 아들이 잠을 자지 않는다며 TV 리모콘으로 머리를 때려 3일 후 숨지게 한 사건이다. 이처럼 아동 학대로 숨진 아동이 매년 30~50명에 이른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아동 학대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학대 사례는 24,492건이고, 2023년 한 해 동안 숨진 아동은 총 30명이다. 이 중 부모에 의한 사망이 84.1%로 대다수이고, 발생 장소도 가정 내가 82.9%로 가장 많다.

전체 아동 학대 사례가운데 반복 학대 피해자가 위험한데, 그동안 그 수치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경찰청은 오랫동안 아동학대를 신고자의 연락처를 기준으로 반복 신고를 집계했으나, 지난해 1월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신상을 중심으로 집계 기준을 변경하여 반복 신고 현황을 조회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아동 학대 의심으로 신고된 4만 3050명 가운데 반복 신고된 아동은 6795명으로 전체의 15.8%를 차지한다.

아동학대 반복신고는 위험신호이므로 엄정 대응해야 하고,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아동은 아동보호기관이 강제로 개입하거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영국은 다기관 아동보호팀이 기록을 종합 검토하여 조기 개입 여부를 결정한다. 독일은 전담기구인 아동청이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아동을 보호시설로 이동할 수 있고, 필요시에 법원에 친권 제한을 신청할 수 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학대 뿐만 아니라 노인에 대한 학대와 존속범죄도 상당하다. 보건복지부 「2024년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학대 의심 신고는 22,746건이고, 실제 학대 판정은 7,167건이다. 또한 대검찰청과 경찰청의 2024년 범죄 통계에서 존속 범죄 중 존속살해는 62건이고, 살인 피의자의 약 47.5%가 배우자, 자녀 등 면식범에 의해 발생한다. 발생 장소는 가정이 88%로 절대 다수이며, 학대 행위자는 배우자(35.8%)가 가장 많고, 아들(26.3%)이 뒤를 잇고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저지르는 노인 학대 및 존속 범죄는 상속 및 재산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갈등, 정신질환, 간병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또한 임종기 노인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한 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요양병원과 가정 등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임종 난민’이 매년 증가하는 것도 어두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도 개인과 가족의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어버이를 존중한다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청소년기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도기적 단계로서 신체적·정서적·인지적 변화가 큰 시기이다. 2015년 당시 10살이던 이모(李某) 양이 출간한 시집 「솔로 강아지」에 수록된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은 학원에 가기 싫어 어머니를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잡아먹는 내용이어서 학생들이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가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모 양은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이기도 하지만,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청소년에 해당하는 나이이고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므로 여기에서는 청소년으로 간주한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첫째,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제일 큰 문제인데, 대학입시 준비의 일환으로 유아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입시 경쟁과 성적에 대한 압박, 과중한 학습량과 시험 준비로 인한 시간 관리의 어려움, 부모와 교사의 기대, 또래와의 비교 등에 따른 심리적 부담에 의해 발생한다. 둘째, SNS의 과다 사용과 부모와의 소통 부족으로 인한 ‘관계 단절’이나 ‘사회적 고립’ 때문에 발생한다. 셋째, 신체활동과 현장 체험학습 부족으로 전인적인 성장 기회가 부족한 것도 스트레스의 요인이다.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청소년들은 신체건강에 이어 정신건강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불안,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와 같은 마음의 병이 발생하고, 집중력 저하, 피로감, 신경과민 등으로 인한 수면 장애가 발생하며, 거식증이나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를 겪기도 하며, 끝내는 자살이나 자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2024년 국내 사망 원인 통계에서 10~20대의 청소년뿐만 아니라, 30대와 40대에서도 자살이 사망 원인 1위였다.

5월 12일 유니세프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44개국의 아동·청소년 건강 상태와 학업 역량 등을 비교한 「리포트 카드 20」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한국은 읽기·수학 등 기초 학업 능력 부분에서는 3위였지만, 과체중 비율 등 신체 건강은 30위, 우울감 등 정신 건강은 34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처럼 한국 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취약한 이유로 과도한 사교육 등으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와 SNS 과의존으로 인한 대인관계 단절 등이 지목된다. 이번 OECD 보고서에서 청소년 자살율도 5위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이 처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원인별 대처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첫째,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피드백과 격려, 명상, 운동, 취미활동 등을 제공하고, 전문가의 정신건강 상담을 권장해야 한다. 둘째, 스마트폰과 SNS 과다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호주처럼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SNS 사용 금지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청소년이 잠잘 시간에 게임이나 이벤트를 제공하는 플랫폼 제재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 셋째, 소풍, 수학여행, 견학 등 현장 체험학습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응급조치’를 한 경우 면책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운동회 등에 관한 민원을 자제하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있어서는 안될 문제지만, 자기 자식만 안중에 두고 기른 ‘금쪽이’의 정서·행동 위기도 교육현장에서는 문제거리다. 공경의 대상이던 노인들이 가정의 경제적 갈등과 간병 스트레스 등으로 학대받고 살해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청소년들의 신체·정신 건강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업 중심 사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청소년들이 마음의 병에 대한 일시적 처방으로 음주와 흡연 및 마약류에 의지하거나 자살·자해와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가 보듬어야 한다. 가정의 달과 청소년의 달인 5월에라도 아동 학대, 노인 학대와 존속범죄가 일어나지 않고, 청소년 위기에 대한 걱정도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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