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실수할 때는 절대 방해하지 마라." 전쟁의 신 나폴레옹이 남긴 이 격언이 요즘 국제 정세에서 부쩍 회자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4년 넘게 끝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마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세계가 크고 작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 혼돈의 최대 수혜자로 단연 중국이 꼽힌다.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전쟁의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중국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국제적 위상이 저절로 높아지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올해 베이징을 찾는 세계 정상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잦아진 것이 이를 선명하게 방증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이 전쟁들의 장기화가 내심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패권 경쟁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에 발이 묶인 사이 중국은 힘을 비축하며 다음 수를 차분히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이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굳이 방해할 이유가 없으니 나폴레옹의 격언이야말로 지금의 중국 전략을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남의 불행과 고통에서 기쁨을 느끼는 심리, 이른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가 지금 시진핑과 중국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포착하는 단어일 것이다.
이 샤덴프로이데는 비단 지정학 무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전선에서도 똑같은 냉혹한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20일 삼성전자 노조가 정부와 사측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증시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했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생산 차질이 경쟁사들에는 곧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대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러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가 기업공개(IPO)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도 잇따라 들려왔다. 삼성이 내홍으로 흔들리는 바로 그 틈을 비집고 중국 반도체 굴기가 한 걸음 더 전진하려는 형국이다.
우리는 이미 강국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이라는 자충수를 두며 스스로 소진되고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나폴레옹의 격언을 이번엔 반도체 강국인 우리에게 되돌려야 할 시점이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우리의 실수를 방해하지 않은 채 조용히 지켜보며 미소 짓고 있다. 그 샤덴프로이데의 제물이 되지 않으려면 삼성의 노사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지금 당장 균열을 봉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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