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시진핑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평양가는 시진핑, 5월의 동북아는 외교패권의 열기로 뜨겁다

  • 유라시아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다시 이동하는 세계 질서의 축

  • 세계 정상들은 왜 동북아로 향하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2026년 5월의 베이징은 단순한 중국의 수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 권력이 교차하는 거대한 접견실이었고, 새로운 국제질서의 방향을 시험하는 전략 무대였다. 불과 며칠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차례로 베이징을 찾았다.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과 중동 지도자들, 중앙아시아 국가 수반들 역시 중국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다시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 동안 지속돼 온 세계 질서가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다. 한때 세계의 중심은 런던이었다. 이어 뉴욕과 워싱턴이 금융과 군사, 산업과 문명의 축이 되었다. 그러나 21세기 중반으로 향하는 지금, 세계 경제와 지정학의 무게중심은 다시 태평양 서안,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인 동북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이자 최대 수출국이며, 동시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가운데 하나다. 전기차와 배터리, 희토류와 태양광, 드론과 AI 인프라까지 중국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베이징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을 빼놓고는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과 투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5월 베이징 외교의 핵심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직후 푸틴 대통령이 다시 베이징을 찾은 일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세계 양대 군사 강국의 지도자가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사실 자체가 지금 국제질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는 경쟁하면서도 관계를 관리하고, 러시아와는 밀착하면서도 종속되지 않는 복합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미국과는 관세와 반도체, AI 패권과 대만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경제 관계의 완전한 단절은 피하려 한다. 러시아와는 에너지와 금융, 안보 협력을 확대하며 미국 중심 질서에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신(新)베이징 체제’의 등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했다. 서방 제재로 유럽 시장을 상당 부분 잃은 러시아는 중국 의존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는 대규모로 중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위안화 결제 비중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 가스관 프로젝트는 단순한 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이 유라시아 대륙 내부에서 새로운 경제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업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러시아의 구조적 약화도 자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국력을 빠르게 소모시키고 있다. 인구 감소와 산업 경쟁력 약화, 국제 금융 제재와 기술 봉쇄 속에서 러시아 극동 개발 역시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사할린 일대는 지리적으로는 유럽보다 동북아 경제권과 더 밀접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중국 자본과 물류, 소비시장과 제조업 공급망이 러시아 극동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명목상 러시아 영토일지라도 경제적으로는 이미 동북아 공급망 일부처럼 움직이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상 러시아 극동은 점점 ‘힘 빠진 종이 호랑이’ 러시아가 아닌, 동북아 경제권의 주변부로 흡수되는 모습이다.

중동 역시 마찬가지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산유국들은 이제 중국을 최대 고객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중동 질서를 움직이고 있지만, 중국은 거대한 구매력을 통해 새로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원유 판매가 절실한 이란은 중국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원유와 가스를 팔 시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결국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과거 미국은 달러와 항공모함으로 세계 에너지 질서를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구매력’ 자체로 지정학을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이자 최대 소비시장이 된 중국은 원유를 사주는 힘만으로도 국제질서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떠오른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대등한 경제·기술 축을 만들 수 있는 국가는 결국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부품·장비 기술과 금융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AI 서버와 조선, 문화 산업과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역사 갈등을 넘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역시 이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미국 혼자 중국을 견제하기에는 비용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일 협력이 공급망과 AI, 우주항공, 원전, 방산, 바이오 산업으로 확대된다면 동북아에는 새로운 균형축이 형성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AI 시대는 한국과 일본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규모와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다면, 한국과 일본은 초정밀 기술과 AI 반도체, 첨단 제조업과 로봇 기술로 대응할 수 있다. 동북아 3국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구조 속에서 세계 첨단 산업의 핵심 무대는 점점 태평양 서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전 세계 경제의 중심은 사실상 아시아였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실크로드와 해상무역의 중심 역시 아시아였다. 그러나 영국 산업혁명 이후 세계 패권은 유럽과 미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는 중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메모리 생산국은 한국이다. 정밀 제조와 로봇 기술 강국은 일본이다. 결국 세계 산업과 공급망, AI와 반도체의 핵심 축이 다시 동북아 3국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원처럼 순환한다. 산업혁명 이후 서구로 이동했던 세계 패권이 이제 다시 동쪽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 군사·금융 국가다. 중국은 제조업과 공급망, 소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는 약해졌지만 핵무기와 자원을 가진 군사 강국이며, 유럽은 성장 정체 속에서도 거대한 기술·금융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틈에서 한국은 더 이상 단순한 ‘중견국 외교’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은 이제 스스로를 반도체와 AI, 배터리와 조선, 원전과 문화 산업을 가진 전략 국가로 인식해야 한다. 동시에 인도와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터키와 같은 제3의 전략 국가들과 공급망·방산·에너지·문화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인도는 미래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이며, 브라질은 자원과 식량 강국이다. 터키는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의 관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AI·스마트시티·수소경제·원전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는 이제 단순한 미·중 양강 체제를 넘어 다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그리고 그 중심에 동북아가 있다.서울과 도쿄, 베이징은 앞으로 세계 경제와 공급망, 기술 패권의 핵심 무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26년 5월의 베이징은 바로 그 거대한 흐름의 열기로 뜨거웠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또 하나의 장면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시진핑 주석의 방북 가능성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군사 협력과 무기 거래, 기술 교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러시아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상황을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게 단순한 이웃 국가가 아니다. 미국 동맹망과 맞닿아 있는 전략적 완충지대이며, 동북아 질서에서 중국 영향력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향후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단순한 우호 방문 이상의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주도권을 중국이 여전히 놓지 않겠다는 신호이며, 동시에 북한 문제를 다시 중국 중심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움직임일 수 있다.

결국 지금 베이징에서 벌어지는 모든 장면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21세기 아시아의 시대는 과연 어떤 질서 위에서 열릴 것인가. 그리고 그 거대한 문명 전환의 시대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떤 국가로 서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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