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를 둘러싼 서울시의 해명이 또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늑장 보고는 없었다”, “계속 보고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서울시 제출 문건에는 정작 4월 29일 국토교통부와의 첫 대면 보고 자리에서 서울시가 “보고가 늦어 유감”이라는 취지로 밝혔다는 정황이 담겼다. “계속 보고”와 “보고 지연 유감” 사이의 간극을 시민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국토부 역시 “17차례 현장 점검 회의에서도 철근 누락이 별도 공유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는 사이 정작 시민 불안을 해소할 설명은 충분히 나오지 않고 있다.
핵심은 사과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다. 보고를 했느냐 안 했느냐의 말싸움도 본질이 아니다. 진짜 물음은 그 보고가 실질적으로 작동했는가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제출한 건설사업관리보고서를 두고 “매월 2000~3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 속 업무일지 수준에 그쳐 즉시 식별하기 어려웠다”고 했고,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를 “숨은그림찾기식 보고”라고 표현했다. 서울시는 “공무원은 문서와 규정에 따라 일한다”고 반박하지만, 수천 쪽짜리 정기 보고서 한 귀퉁이에 적어 두고 “규정대로 보고했다”고 말하는 것은 안전 행정보다 문서 행정에 가깝다. 중대한 구조 결함을 누구도 멈춰 세우지 못한 채 지나가게 한 절차가 적법했다면, 그 절차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기술·감리·보고 체계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공사는 설계도면의 ‘투번들’ 표기를 오독해 주철근 178톤을 빠뜨렸고, 감리는 배근 검측 단계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서울시 역시 그 사실을 알고도 별도 긴급 보고 수준의 공유와 대응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국토부·공단·서울시가 함께한 현장점검과 회의는 열일곱 차례에 이르렀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철근 누락은 정식 안건으로 공유되지 않았다. 시공, 감리, 시행, 보고로 이어지는 안전 관리 체계가 한꺼번에 헐거웠던 셈이다. 한 번의 사고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이런 시스템 실패다.
게다가 안전성 자체도 아직 결론 난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는 “보강 후 축하중 강도가 설계 기준을 웃돌아 구조물에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국토부는 정밀안전진단과 추가 구조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구조물을 두고 한쪽은 “이상 없다”, 다른 쪽은 “검증은 이제부터”라고 말하는 셈이다. 시민이 안심할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대응은 시민 불안을 먼저 다독이기보다 조직 방어 논리가 앞섰다.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은폐할 수 없는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하면서도 국토부 대응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이 먼저 듣고 싶었던 것은 상대 기관에 대한 유감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6개월 동안 걸러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었다. 안전보다 해명이, 사과보다 방어가 앞서는 순간 행정의 신뢰는 무너진다.
GTX는 수도권 수백만 명이 매일 발을 딛게 될 국가 핵심 인프라다. 시민은 “공문을 보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니다.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그 오랜 기간 아무도 멈춰 세우지 못한 채 지나갔는지를 묻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떠넘기기와 정치 공방이 아니라, 독립적 안전 검증과 보고 체계 개편, 그리고 무너진 안전 행정의 복원이다. 6·3 지방선거가 끝나도 삼성역 기둥은 그 자리에 남는다. 정치의 시간이 지나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은 시민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는 행정의 원칙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