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들여다보고 타인을 존중하면…형형색색 친구들 하나로

  •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 다양한 재료로 모빌 완성… 다른 모양·무게 어우러지며 균형

  • 유홍준 관장 "문화 다양성 이어질 때 K-컬처도 확산"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의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윤주헤 기자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윤주헤 기자]

"나는 상상력이에요."

지난 23일 '유네스코 협약 계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가 열린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일원에서 만난 김다하양(10)은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로 주저 없이 '상상력'이라고 썼다.

그는 보라, 노랑, 분홍, 파랑, 초록 등 색색의 컬러카드로 다양한 도형을 만들어 자신을 표현했다. 체험 프로그램 '나를 담은 빛'은 아이들이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도록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나 문장으로 마인드맵을 작성한 후 컬러카드를 활용해 색과 도형으로 내면을 표현했다. 

김양은 "평소 상상하면서 노는 걸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게임 속 주인공이 되거나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가 된 모습을 생각만 해도 즐거워요. 색깔이 하나만 있으면 재미없죠. 다양한 색깔처럼 제 감정도 다양하거든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의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은 체험 프로그램 나를 담은 빛에 참여한 김다하 양 사진윤주헤 기자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은 체험 프로그램 '나를 담은 빛'에 참여한 김다하양. [사진=윤주헤 기자]
 
이리저리 기우는 모빌…함께 균형 찾아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부산·전남·충북·안산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한 올해 문화다양성 주간 행사는 '내 안의 문화가 빛날 때'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화다양성을 단순히 국적과 인종, 젠더, 지역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개인의 경험과 감수성까지 확장해 바라보자는 취지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가 존중받을 때 더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내 안의 문화'가 빛날 때 새로운 관계와 창작의 싹이 틀 수 있다는 것. 
 
유네스코 협약 계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오프닝 공연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네스코 협약 계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오프닝 공연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행사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와 어른 모두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체감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뒤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었다. 

아트센터 나비의 프로그램 '미래 감각-자연의 움직임을 조각하다'에서 아이들은 오감을 활용해 자연의 소리와 움직임을 탐색했다. 초등학교 3~6학년으로 이뤄진 아이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오솔길을 걸으며 연못의 물결, 제비의 날갯짓, 불개미의 움직임 등 각자가 감각한 자연을 수수깡과 빨대, 색지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모빌을 만들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의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윤주혜 기자]

다섯 명씩 한 팀을 이룬 아이들은 무게에 따라 이리저리 기우는 하나의 모빌을 함께 완성하면서 다채로운 물결을 만들어냈다. "'너 때문에 균형이 깨졌어'라고 말하며 안 돼요"라는 선생님 말을 기억하며 아이들은 서로 다른 모양과 무게가 어우러지며 나름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몸소 체험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의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은 미래 감각-자연의 움직임을 조각하다의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어린이들이 '미래 감각-자연의 움직임을 조각하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문화 다양성, 살아 숨쉬는 생명력"
이날 행사에서는 문화다양성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도 열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비롯해 프로듀서 윤상, 시인 박준, 뮤지컬 배우 카이 등이 다양성에 대해 말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유 관장은 '문화다양성, 흐르는 문화가 강물을 키운다'를 주제로 다양성이야말로 문화의 생명력이라고 강조했다. 67학번인 그는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문화 다양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당시에는 우리 문화의 독창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심히 탐구했다.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주제였다"고 회상했다. 외래 문화가 워낙 막강했기에 그에 대한 자기방어가 발동했다는 것.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유 관장은 고려, 코스모스, 제사 등 여러 사례를 통해 다양성을 통해 문화가 어떻게 살아 숨 쉴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예컨대 고려는 외래 문화를 적극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통해 다양성을 유지했고 이에 힘입어 400년 넘는 시간 동안 중국에서 6개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나라를 이어갈 수 있었다. 

유 관장은 "변하지 않는 전통은 결국 생명을 잃고 인습이 된다"며 "본래 취지를 살리되 시대에 맞게 변하는 것이야말로 전통의 생명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글 언어 70%가 한자다. 2000년 전에 한자를 받아들인 것은 우리 문명을 끌어가는 데 어마어마한 동력이 됐다"며 "현재는 영어를 비롯해 서양 언어가 이미 꽤 들어와 있다. 문자는 다양성을 가져가면서 자기발전을 해나간다. 순혈로 남아 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 관장은 "문화의 다양성을 축적하면서 동시에 밖에서 오는 것을 자기화하되 맞지 않는 것은 뱉어버리면 된다"며 "못된 게 들어올 때는 적극적으로 차단하면서 문화가 꽃피워간다"고 조언했다.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에서 참여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에서 참여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특히 K-컬처의 세계적 확산 역시 문화 다양성의 힘이다. 유 관장은 "K-컬처는 외부 문화를 수용하되 나를 잃지 않고 나의 것을 발전시킨 것"이라며 'K-팝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 대중은 외면할 것'이라는 영국 음악 평론가 말을 인용해 문화 다양성이 이어질 때 K-컬처가 계속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진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은 "다양성을 품는 사회가 더 강하고 더 오래간다"며 "문화 다양성은 대한민국이 세계와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의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6 문화다양성 주간행사' 각 부스에서는 내 안의 문화를 빛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편 '2026 문화다양성 주간 행사'는 유엔이 선포한 문화다양성의 날과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문화다양성 주간을 기념해 마련된 국민 참여형 행사다.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행사 기간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전국 4개 거점도시인 부산, 충북, 전남, 안산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부산은 해양도시의 개방성과 교류 역사를 조명한 전시, 공연, 토크콘서트를 선보였고, 충북 청주는 지역주민과 이주민의 삶을 공유했다. 전남은 섬의 소리를 재구성한 공연과 생태 다양성 예술 체험을 진행했고, 안산은 청년 토크콘서트 '보통의 다양성'을 통해 청년층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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