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인재는 공대생만 뜻하지 않는다"…교육·산업·한일 경제협력까지 꺼낸 성장 해법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8일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 에 출연해 AI 인재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8일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 에 출연해 AI 인재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인재상과 국가 성장전략을 잇달아 제시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특정 기술 인력만의 문제가 아니며, 교육·산업·사회 시스템 전반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단독으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한일 경제협력 확대 필요성도 다시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28일 방영된 KBS1TV '다큐 인사이트-인재전쟁2: 최태원의 대답'에 출연해 "AI 시대에는 인재의 정의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무엇을 배우고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제시한 미래 인재상은 단순한 AI 개발자가 아니다. 그는 "AI 인재는 공대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정 분야의 지식만 깊게 쌓은 인재보다 인간과 AI를 함께 활용하고, 여러 영역을 연결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형 인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취지다.

최 회장은 AI 발전 단계를 인간이 질문하면 답을 내놓는 '리즈닝 AI'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봤다. 이 단계에서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능력 차이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기업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AI를 얼마나 빨리,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쟁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이 길러야 할 핵심 역량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바디 스킬이다.

생각 근육은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고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이 아니다. AI가 지식 습득과 정보 처리를 대체하는 시대에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적응 근육은 빠른 변화 속에서 실패 이후에도 다시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는 회복력이다. 공감 근육은 AI가 충분히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제시됐다. 바디 스킬은 음악, 미술, 스포츠처럼 인간의 신체 활동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뜻한다.

교육 시스템 변화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AI와 공존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 선호 현상에 대해서도 의대에 대한 인식이 틀렸다기보다 공대와 과학기술 분야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가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의 문제의식은 개인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국가 차원의 AI 전략으로 속도, 규모, 안전을 뜻하는 '3S'를 제시했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고, 대규모 AI 인프라와 투자를 확대하며, 국민이 안전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책세미나에서도 같은 흐름의 발언이 나왔다.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정책세미나에서 AI 시대에는 상품이 아니라 '지능'을 만들어 수출하는 형태로 성장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를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규정하면서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경쟁력을 좌우할 주요 제약 요인으로 자본, 에너지, GPU, 메모리칩 등을 꼽았다. AI가 훈련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국내 AI 인프라의 한계도 지적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가운데 AI용으로 활용 가능한 비중이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규모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력 문제도 핵심 변수로 봤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력 생산과 송전, 분산 발전 체계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AI 시대의 '룰 테이커'가 아니라 '룰 메이커'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경제 규모와 산업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협력 확대를 다시 꺼냈다. 최 회장은 한국 단독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일본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경제 규모를 키우고, AI·반도체·에너지·첨단 제조 분야에서 상호 보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일 경제통합을 통해 약 6조 달러 규모의 경제권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일 경제통합론은 이번에 처음 나온 제안은 아니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이후 한국 시장 규모의 한계를 지적하며 일본과의 경제협력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상호 보완적 산업 구조를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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