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소속인 이북5도위원회를 통일부로 이관해 업무를 통합하고 기능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재편하는 등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관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실질적 권한이 없어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이에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달 27일 이북5도위의 운영 실태와 현황을 취재해 '출근 늦고 업추비는 자택 인근…이북5도위 존폐론 재점화'를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는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이북5도위 업무를 통일부 등으로 이관 및 개편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이북5도위의 통일부 이관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탐사보도팀은 1일 최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이북5도위의 통일부 이관 필요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조직(이북5도위)를 개편하면 매년 100억원 이상 예산이 줄어드는데, 이런 것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이북5도위의 업무를 통일부로 이관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지적한 바 있다.
최 의원은 이북5도위가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점을 가장 먼저 짚었다. 그는 "대통령께서 최근 업무보고에서 성과 없이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예산과 형식적·상징적 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문하셨는데, 그 기준에 따라 가장 먼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곳이 이북5도위"라며 "건국 초기에는 황해도지사, 평안남북도지사, 함경남북도지사 등 ‘이북5도지사’가 존재했지만, 현재 북한행정구역(평양 직할시, 3개 특별시, 9개 도)과 일치하지도 않고 탈북민 지원, 통일 대비 연구, 이북도민 지원 등도 통일부 등이 이미 수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지역 출입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이 집행할 수 있는 실질적 행정 권한이 없으므로 이북5도위를 폐지하고 위원회 업무를 통일부로 이관하는게 합리적이라 본다"고 했다.
이북5도위와 통일부가 각각 헌법 제3조(영토 조항)와 제4조(평화 통일 조항)에 근거하고 있어 업무를 통합할 수 없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두 조항은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을 함께 구성하는 상호보완적 원칙"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이북5도청과 통일부는 각각 이러한 헌법 정신의 다른 측면을 담당해 왔다고 볼 수 있다"며 "조직 이관이나 기능 조정 과정에서 일부 행정적 조율은 필요할 수 있겠지만, 두 기관의 철학이 본질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이 갖고 있는 ‘정통성의 원칙’과 ‘평화통일의 원칙’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북5도위에 강도 높은 개편론이 나오는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북5도위원의 설립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북5도위원는 1949년 정부 수립 직후 설치된 조직으로, 38선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형성된 ‘미수복 지구’ 개념 속에서 출발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헌법에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북한 지역을 ‘언젠가 수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는데, 이북5도청은 이러한 영토 인식과 통일 지향성을 행정적으로 구현한 장치였다.
이후 북한 지역에 대한 조사·연구, 이북도민 화합과 소통, 북향민 정착 지원, 무형문화재 보존, 차세대 후계 육성 등을 공식 업무로 내세워 왔다. 이를 위해 차관급 도지사 5명과 명예 시장·군수, 명예 읍·면·동장 등 대규모 명예직 조직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하지만 70년 넘게 분단이 고착화되고 남북 관계가 변화하면서 이북5도위가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권에선 이북5도위에 대해 폐지론과 함께 이관론이 나오는 반면, 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전갑생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냉전평화센터장은 1일 탐사보도팀과의 인터뷰에서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이북5도위가 오랜 체제 경쟁을 거치며 현재는 다소 유명무실해진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일반 국민들이 이북5도지사의 실질적 활동을 체감하기 어려운 데다 정권에 따라 선거 이후의 ‘보은 인사’처럼 형식적인 자리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센터장은 '이북5도위의 통일부 산하 이관' 주장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북5도의 기본적인 단위는 '도(道)'라는 행정구역인데, 이를 빼내어 통일부로 넣는다는 것은 남북 간 교류 측면만 고려한 것"이라며 "기본적인 행정 구역을 손대지 않고 통일부 산하청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짚었다.
영토 인식을 전제로 한 조직의 역사적 맥락을 배제한 채 접근하는 데는 행정 체계상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또 현 정부의 대북 인식에 나타나는 모호성도 짚었다. 정부 내부에서 북한을 ‘두 국가’로 보는 시각과 공식적으로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 혼재된 점에 대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나 선거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북한은 헌법과 관련 단체를 정비하면서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철저히 재편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의 변화 양상을 고려해 우리 역시 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헌법 개정 문제와 오랜 분단 인식, 이북이 고향인 분들의 정서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간 내 이북5도청을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변화한 남북 관계 현실에 맞게 조직의 역할을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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