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리스 달군 K-조선 존재감…포시도니아 2026 현장 가보니

  • 포시도니아 2026 역대 최대 규모 개막

  • 국내 조선 4사·기자재 기업 '한국관' 총출동

  • 중동 이슈에 '에너지 안보·친환경·LNG' 화두

사진이나경 기자
세계 최대 해양박람회 '포시도니아 2026' 개막 둘째 날인 2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메트로폴리탄 엑스포(Metropolitan Expo) 행사장 입구에 참가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나경 기자]
"포시도니아는 전 세계 선주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무대죠.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만큼 수주 기대감도 큽니다."

2일(현지시간) 오전 그리스 아테네 메트로폴리탄 엑스포(Metropolitan Expo)는 '포시도니아 2026' 참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날 공식 개막식을 마친 행사장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선주 미팅과 수주 상담이 이어지며 활기를 띠었다. 글로벌 선주와 조선사, 기자재 업체 관계자들이 분주히 부스를 오갔고 곳곳에서는 기술 설명과 비즈니스 미팅이 이어졌다.
 
격년으로 개최되는 포시도니아는 독일 함부르크 조선해양 전시회(SMM), 노르웨이 노르시핑과 더불어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로 꼽힌다. 

지난 1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막을 올린 포시도니아 2026은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전 세계 83개국 2227개 기업이 참가했고 전시장 면적은 4만5000㎡에 달한다. 행사 기간 4만명 이상의 참관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 것은 K-조선의 존재감이었다. 올해는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A)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조성한 한국관을 중심으로 국내 조선·해양업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를 중심으로 기자재 업체와 한국선급(KR)까지 참여해 한국 조선·해양 산업 생태계를 한 공간에 구현했다. 그 결과 이른 아침부터 한국관에는 글로벌 선주와 업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한국관 한켠에 독립 부스로 마련된 KR 전시관에서는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잇따라 열렸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인증과 탈탄소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선급의 역할이 커진 영향이다. 특히 친환경 선박과 대체연료 기술 도입 과정에서 선급의 검증과 인증이 필수적인 만큼 국내외 기업들의 협력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KR 관계자는 "올해 행사에서는 10건 이상의 MOU 체결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해외 선사들은 최근 강화되는 탄소 감축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번 행사에서 체결된 MOU 상당수가 국내 기업 간 협력에 집중되면서 글로벌 선주사와의 실질적인 사업 협력 성과는 아직 제한적인 모습이었다. 세계 최대 해양 박람회라는 상징성에 비해 글로벌 선주사와의 직접적인 사업 협력 등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웠다. 
 

사진이나경 기자
HD현대삼호 전시관에 마련된 친환경 LNG 운반선 모형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사진=이나경 기자]
올해 포시도니아에서 국내 조선3사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키워드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친환경 기술'이었다. 에너지 안보 부각에 따른 LNG 수요 확대와 친환경 규제 강화가 맞물린 것을 고려해 LNG선과 VLCC, 자율운항 기술 등을 앞세워 글로벌 선주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이번 전시회에서 풍력 보조 장치가 장착된 17만8000㎥급 및 17만4000㎥급 LNG 운반선을 메인으로 내세웠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역시 LNG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주요 에너지 운반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선종의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사진이나경 기자
포시도니아 2026에 마련된 중국선박집단(CSSC) 전시관 전경 [사진=이나경 기자]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200개가 넘는 중국 기업이 참가했다. 단일 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중국 최대 조선그룹인 중국선박집단(CSSC) 전시관이었다. CSSC는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사로 지난해 9월 중국 양대 조선회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이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합병 이후 첫 통합 부스를 꾸리며 행사장 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형 선박 모형과 디지털 전시물이 전시 공간을 가득 메운 가운데 부스 앞에는 전시관을 구경하기 위한 관람객들이 몰려 발 디딜틈이 없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세계 최대 선주 국가인 그리스를 겨냥해 현지 영업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이번 포시도니아 기간에 맞춰 대규모 리셉션과 비즈니스 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LNG선과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 기술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아직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결국 미래 조선 시장의 승부는 가격이 아닌 기술력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포시도니아에는 조선사·KR·기자재 등 조선업계뿐 아니라 전력·엔진·페인트 등 타 업종에서도 자리를 함께했다. 특히 페인트 회사인 KCC는 올해로 10번째 포시도니아에 참가했다. KCC는 이번 전시에서 방오도료, 방청도료, 상도도료 등 주요 선박용 도료 제품군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 강화와 선박 운항 효율 개선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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