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원의 글로벌 렌즈] 삼성전자 '세계 시총 10위' 오른 날 들려온 젠슨 황의 성과급 답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 대만에서 주요 한국 기업 임직원들과의 만찬장에 도착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 대만에서 주요 한국 기업 임직원들과의 만찬장에 도착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이번 주 방한 소식에 한국 전체가 들뜬 모습이다. 황 CEO가 방문 혹은 시구라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이틀간 일제히 급등세를 연출했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젠슨 황 방한 당시 그의 영향력을 여실히 체감한 바 있다. 이른바 '깐부 회동' 이후 삼성전자, 현대차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갔고,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2일 하락장 속에서도 3% 이상 오른 가운데 급기야 메타를 제치고 세계 시총 10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는 전 세계 AI 공급망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고른 경쟁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장악한 'AI 대부' 젠슨 황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AI 산업혁명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 인재 쟁탈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최고급 AI 연구자를 영입하기 위해 수백억 원 규모의 보상을 제시하고 있고, 중국은 핵심 인력 및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출국 제한 및 대외투자 규제까지 실행할 태세이다.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재 확보는 기업을 넘어 국가 생존 전략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반도체와 AI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의 산업 질서, 나아가 생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한국의 현실은 증시 상승만 보고 웃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정부가 '톱티어 비자' 확대 등을 통해 해외 인재 유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AI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유치 매력도는 세계 30~40위권 수준에 머물렀고, 지난해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AI 인재 순유출입 규모는 인구 1만 명당 0.36명 유출로 OECD 38개국 중 최하위권인 35위를 기록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국내로 오기보다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최근 삼성전자 임금 협상 타결 이후 나타난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협상 타결 이후 반도체 관련 학과의 지원율이 급등하고, 결혼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직원의 선호도가 전문직인 변호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물론 연봉만으로 인재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뛰어난 보상은 인재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황 CEO 또한 이날 삼성전자 성과급 관련 질문에 "직원들은 가능한 한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부터 공대 졸업 후 실리콘밸리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엔비디아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의 생생한 체험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에서 한국 대표단은 금메달 8개를 획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에는 여전히 뛰어난 과학기술 인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동안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여러 학생들이 경제적 이유로 의대를 선택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인재를 길러 놓고도 정작 국내 AI와 반도체 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국가적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는 부담이 될 수 있고, 단기적으로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우수 인재 확보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에 가깝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반 환경과 인재 풀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임금 협상 타결이 단순한 노사 합의를 넘어 '한국의 젠슨 황', 그리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까지도 탄생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제반 시스템 개선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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