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에너지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이는 조선업의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양박람회 '포시도니아 2026'에 참가한 국내 조선 3사 임원들은 이러한 변화 속 미래 경쟁력을 결정지을 키워드로 에너지 수송과 친환경, 디지털 기술을 꼽았다.
과거 조선업 경쟁력이 건조 능력과 수주량에 좌우됐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선박 기술, AI 기반 디지털 혁신 역량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평가다.
◇ 위기를 기회로…에너지 안보가 새 수요 만든다
정이효 HD현대중공업 상무는 "중동 사태 등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며 조선·해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며 "하반기 조선·해운 시장은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전환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재균 삼성중공업 영업본부장(부사장)도 "중동 지역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중고 선가 및 선박 용선료가 상승하는 등 조선업 전반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같은 시장 불확실성은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강조했다. 정 상무는 "불확실성이 반드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력"이라고 말했다.
강상돈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전무) 역시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새로운 수요 창출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 장기화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초대형 액화석유가스 운반선(VLGC) 등 에너지·탱커 계열 선종 중심의 발주가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향후 발주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윤 본부장도 "중동 지역 전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동 지역 LNG 생산량 감소가 LNG 운송 거리 증가와 프로젝트 투자, 장기 공급 계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같은 미래 향하지만…생존 전략은 제각각
조선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같았지만, 각사가 내놓은 해법은 달랐다. HD현대는 AI·디지털 기술을, 삼성중공업은 친환경 사업을, 한화오션은 LNG 밸류체인 경쟁력을 각각 전면에 내세웠다.정 상무는 "이번 포시도니아에서 글로벌 선주들이 기존 피지컬 ESD(연료절감장치)뿐 아니라 AI 기반 디지털 ESD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친환경 기술과 디지털 솔루션이 결합되면서 선박 성능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HD현대는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을 통해 글로벌 선주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해당 솔루션은 국내 선주사인 HMM의 40척 규모 공급 계약을 포함해 현재까지 350척 이상의 수주를 확보하며 상업성을 입증한 바 있다.
HD현대는 이번 포시도니아에서 가장 큰 협력 성과를 거뒀다. 총 10건 이상의 글로벌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이다.
윤 본부장은 "삼성중공업은 해양생산설비인 해상 부유식 액화 설비(FLNG)부터 LNG-선박형 터미널(FSRU), LNG 운반선 등 LNG 밸류체인의 강자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AI 수요 증가에 따른 부유식 데이터센터 사업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LNG 경쟁력을 강조했다. 강 부장은 "자사는 LNG선과 VLCC 등 주요 에너지 운반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선종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한화해운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와 협업해 LNG 트레이딩부터 운송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확대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中 추격 여전히 거세…가격 아닌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봐야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을 꼽았다. 다만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력과 신뢰를 앞세운다면 충분히 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정 상무는 "중국이 위협적인 존재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역량, 납기 신뢰를 기반으로 고부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본부장 역시 "결국은 기술 경쟁력이 핵심"이라며 "향후 암모니아와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새로운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선박 시장이 열리는 만큼 관련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부장도 "중국 조선소의 점유율 확대는 사실이지만 이는 가격 중심의 수주 전략 차이"라며 "한국 조선소들은 품질과 납기,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