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의 혁신창업이 양적 성장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글로벌 선도기업 배출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대학의 우수한 원천기술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창업 전 주기에 걸친 '성장사다리'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4일 발표한 '대학 창업의 질적 전환을 위한 성장사다리 구축방안: 단계별 제약요인 진단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 창업 생태계의 외형적 저변은 꾸준히 확대됐다. 소재지 기준 대학 창업 기업 수는 2011년 987개에서 2024년 2887개로 약 3배 증가했다. 대학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도 74%로 일반 창업기업(33.8%)은 물론 OECD 평균(45.4%)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도 질적 성과는 부진했다. 국내 시가총액 30대 기업 가운데 대학 창업에 기인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미국은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메타 등 5개 기업이 대학 혁신창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학 혁신창업은 고위험·고부가가치 원천기술과 고숙련 인재를 결합해 지식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핵심 경로로, 장기 성장률 제고의 주요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대학의 기술 사업화 수준은 주요국에 뒤처져 있다. 한국 대학의 기술이전율은 약 26%로 미국(40.9%)과 영국(61.0%)에 비해 크게 낮았다. 국제 특허 출원 건수 기준으로 글로벌 대학 상위 50위권에 국내 대학 8곳이 포함될 정도로 기술 경쟁력은 갖췄지만 사업화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기업의 수익성도 취약했다. 대학 창업기업은 사업 확장 과정에서 비용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웃돌면서 창업 5년차 영업이익률이 -3.3%까지 하락했다. 연구개발(R&D) 지출 규모 역시 첨단 업종 벤처기업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쳐 혁신 역량 축적에도 한계를 보였다.
한은은 대학 창업기업들이 초기 창업 단계와 사업 확장 단계에서 각각 자금난을 겪는 이른바 '두 번의 죽음의 계곡'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 착수 단계에서는 창업 성과가 교원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실패 이후 복귀를 지원하는 안전망도 부족했다. 사업화 단계에서는 전문인력과 실증 인프라 부족으로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또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후속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았고, 후속투자·회수 단계에서는 인수합병(M&A) 등 중간 회수시장이 협소해 투자 선순환 구조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 거버넌스 개혁, 공공부문의 수요자 역할 확대, 민간 투자 유도를 3대 정책 축으로 제시했다.
우선 교원 업적평가에 기술이전과 창업 실적을 반영하는 별도 평가 체계를 마련해 창업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공공기관이 기술 과제를 제시하고 창업기업이 시제품을 납품한 뒤 성과를 충족하면 후속 조달로 연결하는 '과제 기반 시범구매(Try-Buy)' 제도를 도입해 초기 매출 확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식재산권(IP) 담보 특례와 매출연동상환(RBF) 등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확대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 내 대학 혁신창업 기업 전용 거래시장을 도입해 투자 회수 경로를 넓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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