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이 50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투자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ETF 시장에서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반도체 ETF'는 최근 한 달 수익률 39%대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승철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은 지난 8일 아주경제와 만나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고점론'에 대해 반박했다. 인공지능(AI)이 '학습' 단계를 넘어 '추론' 중심으로 진화하고, 나아가 피지컬 AI 시대로 확장되면서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구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반도체를 넘어 전력·원자력 등 AI 인프라 전반이 새로운 투자 기회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AI는 이제 추론 시대…메모리 수요 폭발할 것"
김 본부장은 AI 산업의 핵심 변화를 '학습에서 추론으로의 전환'으로 규정했다. 그는 "결국 추론을 하려면 메모리가 많이 필요하다"며 "과거엔 휴대폰, PC 교체 주기에 따라 잠깐 올랐다가 내리길 반복했지만 지금은 빅테크들이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계속 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반도체 산업이 경기 순환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AI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해 언급한 '피지컬 AI 팩토리'도 주목해야 할 변화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문제는 앞으로 더 큰 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하면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전망은 아직 괜찮다"고 관측했다.
동시에 최근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모멘텀이 둔화됐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장기 성장 흐름에는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성장성이 견고한 메가트렌드라고 해도 변동성이 크기 마련"이라며 "조그마한 뉴스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메가트렌드, 특히 AI 분야에 투자할 땐 길게 봐야한다. 우리 삶을 다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기 성장성 일찍 봤다…밸류체인 기민하게 상품화"
최근 순자산 4조원을 돌파한 HANARO Fn K-반도체 ETF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AI 밸류체인을 가장 충실하게 담은 포트폴리오'라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삼성전기를 선제적으로 편입한 점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그는 "AI 서버 고도화의 핵심 소재인 고부가 기판(FC-BGA)과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분야에서 삼성전기의 글로벌 과점적 지위와 성장성에 일찍부터 주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까지 총 20개 종목을 균형 있게 편입해 국내 반도체 섹터의 전반적인 성장성을 충실히 반영하는 전략을 추구한다"고 부연했다. 실제 해당 ETF는 SK스퀘어를 비롯해 한미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등 AI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을 폭넓게 담고 있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ETF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상품의 디테일과 완성도'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AI라는 거대한 흐름을 볼 때도 하드웨어(GPU)에만 머무르지 않고 피지컬 AI, 메모리, 전력 및 원전 인프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의 변화를 기민하게 상품화해 왔다"며 "투자 비중을 기계적으로 나누기보다 산업의 진짜 마켓 리더와 수혜 섹터를 고르게 편입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소개했다.
"하반기 키워드는 인프라·에너지·안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소식에 힘입어 코스피가 다시 '9천피'를 향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1만 시대' 전망까지 나오며 하반기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하반기 유망 투자처에 쏠리는 가운데 김 본부장은 ETF 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인프라·에너지·안보'를 제시했다.
그는 "전력 인프라와 원자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의 실질적인 병목을 해결할 열쇠이자, 글로벌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국가적 과제로 다뤄지는 핵심 분야"라며 "노후 전력망 교체와 같은 전통적 인프라 수요는 물론, 24시간 중단 없는 청정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 발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는 AI 시대의 필수 에너지 인프라로 완연히 재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 기조와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맞물리면서 하반기 가장 확실한 실적 모멘텀을 보여줄 자산군"이라며 "또 원자력 섹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 등에 힘입어 강한 기대감이 형성됐는데, 관련 핵심 프로젝트들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구체화 단계에 진입한다"고 전망했다.
"ETF도 분산투자가 기본…목적 설정도 중요해"
"개미 투자자가 개별 주식 대신 ETF를 사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 김 본부장은 국내 ETF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와 개인투자자 유입이 지속되면서 ETF 시장 역시 한층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성과 펀더멘털에 집중한 테마형 상품은 물론,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결합된 자산배분형 상품과 인컴형 상품 중심으로 시장이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요즘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은 팔아도, ETF는 오히려 조 단위로 사들이고 있다"며 "투자 성향도 굉장히 스마트해졌다. 예전에는 테마주라고 하면 급등락하는 단타 매매를 먼저 떠올렸지만, 지금은 AI나 로봇처럼 세상이 변화가 포착되는 분야에서 장기 성장테마를 선별해 단기 변동성을 감내하고 장기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ETF 투자에 처음 나서는 투자자들에게는 '목적 설정'과 '분산 투자'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언급했다. 그는 "단기 수익을 기대하는지, 장기 자산 형성을 원하는지에 따라 고를 ETF가 전혀 달라진다"며 "한두 개 테마에만 집중하기보다 지수형, 배당형, 성장형을 함께 섞어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상장돼 있는 ETF만 해도 1100개가 넘어간다"며 "좋은 테마가 많은 만큼 한쪽에만 쏠려서 투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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