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황금 멤버' 갖고서도… 축구협회·홍명보가 쓴 '대재앙 스토리'

  • '프리패스' 선임 홍명보… 결과는 조별리그 '광속탈락'

  • 신뢰 잃은 축구협회...권한 없는 인사가 감독 후보 면접

  • 절차 무시, 洪 일방선임...클린스만에 거액 위약금 등 난맥상

  • 무능 어게인 홍명보...쓰리백 고수·손흥민 홀대 등 악수

  • 2014 실패 겪고도 전술·전략 부재...역대급 '꿀조'서 역대급 졸전 '처참'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남아공에 패해 32강 합류를 위해 다른 조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5일현지시간 팀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돌아와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훈련을 했다 훈련에 앞서 갖은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남아공에 패해 32강 합류를 위해 다른 조 경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5일(현지시간) 팀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돌아와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훈련을 했다. 훈련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 축구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감독 선임 과정부터 불거진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논란과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전술적 한계가 맞물리며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첫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역대 최하 성적'이라는 참사를 만들어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모든 일정이 종료되면서 한국의 최종 순위도 확정됐다. 1승 2패(승점 3·골득실 -1)로 A조 3위에 머문 한국은 각 조 3위 12개 팀 중 10위에 그쳤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는 조 3위 중 상위 8개 팀에 32강 진출권이 주어지지만 한국은 마지노선인 8위 밖으로 밀려나며 끝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아울러 통산 9번째(1954 스위스·1986 멕시코·1990 이탈리아·1994 미국·1998 프랑스·2006 독일·2014 브라질·2018 러시아 대회)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대회 최종 순위도 뼈아프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로 확정됐다. 32개국이 경쟁하던 기존 대회 방식을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한 것과 다름없는 처참한 성적표다. 이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 출전한 이래 기록한 역대 최하 성적이기도 하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뒷줄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409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뒷줄)가 2024년 9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4.09.2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프리패스' 선임과 거짓 해명…불투명한 행정의 대가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축구협회의 행정 실패에 있다. 특히 비합리적인 감독 선임 과정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결정적 패인으로 지목된다. 시계를 2024년 7월로 되돌려보면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 경질 이후 5개월간 새 사령탑을 찾지 못하다가 돌연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전력강화위원회가 세워둔 검증 시스템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 후보들에게는 까다로운 전술 발표와 심층 면접을 요구한 반면 홍 감독은 뚜렷한 절차적 정당성 없이 사실상 '프리패스'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행정 난맥상이 확인됐다.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후보자 3인을 대면 면접하고 순위를 매겼다. 진행된 면접은 사전 질문지나 참관인 없이 이뤄졌고 기술총괄이사가 늦은 밤 홍 감독 자택 근처에서 단독으로 면접을 진행하며 감독직을 제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역시 사임 전 홍 감독과 어떠한 면접도 진행하지 않은 채 그를 감독 후보 1순위로 올렸다. 정식 선임을 위한 이사회 서면결의 과정에서도 일부 이사들이 '정식 이사회 회부'를 요청했으나 의결정족수 충족을 이유로 감독 임명을 강행했다.

이러한 밀실 행정은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당시 참사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모양새다. 당시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를 무력화한 채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직접 최종 후보자 2명에 대해 2차 면접을 진행하고 이사회 선임 절차마저 누락한 바 있다. 이 같은 규정 우회로 막대한 경질 위약금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음에도 축구협회는 또다시 내부 규정을 무시한 주먹구구식 의사결정을 반복했다.

축구협회의 사후 대처도 문제로 지적됐다. 선임 과정의 하자가 도마에 오르자 축구협회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기술총괄이사가 전력강화위 임시회의에서 참석 위원들에게 후속 절차 진행에 대해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체부 감사 과정에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문체부 지적이 나오자 축구협회는 답변서에서 "임시회의는 권한 위임을 인정할 규정상 근거가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를 지켜보던 홍명보 감독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실패의 답습…홍명보 감독 전술 부재가 자초한 몰락

사령탑 선임 과정을 둘러싼 숱한 논란과 불투명한 행정 탓에 대회 개막 전 국민적인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목표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개최국 멕시코를 제외하면 아프리카 국가 중 상대적 약체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를 거쳐 턱걸이로 올라온 체코와 A조에 묶여 역대 최상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가 따랐기 때문이다. 당시 FIFA 랭킹 기준 한국은 20위권이었고, 체코와 남아공은 각각 40위권, 60위권으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확고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1차전 체코전(2대 1 승) 이후 멕시코(0대 1 패)와 남아공(0대 1 패)에 연달아 패하며 졸전을 벌였다. 특히 무승부만 기록해도 조 2위 진출이 가능했던 남아공전은 홍 감독의 전술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세밀한 패스 플레이나 약속된 부분 전술보다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공격 형태에 머물렀다. 이는 2014년 브라질 대회 당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1기 홍명보호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한 모습이다. 조직력보다는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3백 시스템 속에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주축 선수들의 장점은 온전히 살아나지 못했다.

0대 1로 끌려가며 득점이 시급했던 남아공전 후반전에도 한국은 뚜렷한 공격 전술의 변화 없이 우리 진영에서 패스를 돌리는 데 그쳤다. 당시 홍 감독은 후반전 20분간 벤치에 앉아 별다른 전술 지시를 내리지 않아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패배에 대한 명확한 원인 진단은 나오지 않았다. 홍 감독은 "내가 잘못 판단하고 결정했으니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 것"이라면서 "경기력이 왜 그랬는지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졸전을 펼친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한국의 손흥민이 남아공에 0대 1로 패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에서 한국이 0대 1로 패한 뒤 손흥민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상 첫 '행사 없는' 귀국길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대표팀은 쓸쓸하게 짐을 싼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결전지였던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떠나 미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홍 감독과 함께 조현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백승호, 김문환, 이강인, 설영우 등 선수 8명이 2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떠나 귀국길에 오른다. 이들을 제외한 손흥민 등 다른 선수들은 별도로 움직인다. 축구협회는 "나머지 선수들은 몇 명씩 그룹 지어서 한국에 7월 1일까지는 모두 귀국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귀국 행사 여부다. 축구협회는 "별도 귀국 행사는 없다"고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원정으로 치른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공항 행사 없이 귀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사상 최악의 월드컵이라는 평가를 받은 2014년 브라질 대회(1무 2패) 때도 귀국 행사는 진행됐다. 

당시 팀을 지휘했던 사령탑 역시 홍 감독이었으며 입국장에 들어선 홍 감독과 선수들 앞에 팬들이 '엿'을 던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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