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형사사법 시스템 도움 의문"

  • 행안부 중수청 개청준비단, 10월 2일 출범 앞두고 활동 시작

  • 법조계 우려 목소리 분출…홍준표 "개혁이 아닌 개악" 지적

더불어민주당 김영호·김용민·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김용민·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출범을 앞둔 가운데 보완수사권 존치를 놓고 여당과 입장차를 보였던 정부가 보완수사권 폐지에 합의했다. 공이 국회로 넘어온 가운데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선 사법 체계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어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수청·공소청 설치법에 따라 10월 2일을 두 기관의 출범 날짜로 잡고 관련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김민재 행안부 차관을 단장으로, 이진용 인천지검 2차장 검사를 부단장으로 선임한 뒤 본격적으로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개청준비단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를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 청사로 선정해 사무실 마련을 완료했다. 준비단은 청사를 정부청사가 아닌 별도의 사무실에 마련한 것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중수청 출범 취지에 맞춘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관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보완수사권 존폐를 놓고 입장차를 보였던 정부도 최근 여당의 폐지 입장에 찬성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소한의 사후 검증 기능은 남겨두어야 한다"고 발언한 뒤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결국 여당이 추진한 '수사·기소의 완전한 조직적 분리'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공소청은 법무부 소속으로 기소와 공소유지만을 전담하고, 행정안전부 소속의 중수청과 국가수사본부는 수사를 전담하게 됐다.

정부 발표 직후 여당도 관련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전면 배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는 대신 경찰에 3개월 이내의 이행 시한을 둔 '보완 수사 요구권'이 추가됐다.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공소청장이 직무배제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간접적 통제 장치도 마련됐다.

아울러 수사 단계 구속기간을 기존 30일에서 21일로 단축하고, 조건부 석방제와 수사인권보호관을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피의자 인권 보호 대책도 대거 포함됐다.

그러나 현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7일 SNS를 통해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송치받은 대형 사건이나 고도의 전문 범죄에 대해 검사가 피의자를 무혐의 석방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올 것"이라며 보완수사권 폐지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계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을 주고받는 사건 핑퐁 현상으로 인해 형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2018년 126.8일에서 2024년 312.7일로 2.47배 급증한 바 있어, 직접 보완수사권의 전면 폐지가 사법 지연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법 마비 우려와 인권 보장 요구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연대가 29일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독립된 '수사절차법' 제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현행 형사소송법이 1954년 제정 당시부터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전제하고 설계되었기에, 단순히 조문에서 검사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다원화된 수사 주체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절차까지 포괄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공소시효 임박이나 디지털 증거 인멸 우려 등 '사법적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검사가 직접 수사의 칼을 다시 빼는 대신 영국식 모델인 '수사 행동계획(Action Plan)'이나 '조기 조언(Early Advice)' 제도를 법제화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울러 수사절차법을 통해 검사가 수행해온 정상참작 자료 청구나 판결문 확인 등 비권력적 활동을 '수사'가 아닌 '기소 전 사실확인'이라는 임의적 심사 활동으로 명확히 재규정함으로써 실무적 마비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가의 기능 중에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범죄자를 잡아서 처벌하는 것"이라며 "고대 중국 국가들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인데, 지금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정치 검사들이 문제라면 그걸 바로잡아야지 왜 기관(검찰)을 없애는 것인지, 기관과 기능을 왜 없애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정부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기관을 없앤다고 나선다. 현 정부는 국정원 정보 파트, 방첩사에 박근혜 정부 때는 해경도 없애버린다고 했다. 최근엔 선거에 문제가 생기니 선관위 해체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변호사도 통화에서 "최근에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기로는 정부여당이 보완수사권 자체를 범죄시하거나 죄악시하거나 그런 것들이 과연 우리나라 형사사법 시스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라는 걱정들을 하신다"며 "수사 기관은 견제와 균형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검찰의 힘이 이미 다 빠진 상태에서 아주 예외적인 보완수사권까지도 다 빼앗아버리겠다고 하면 경찰에 견제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다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또 앞으로 난립할 여러 가지 수사 기관들을 어떤 식으로 기준점을 잡아가면서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며 "예를 들어 공수처가 잘못하든 중수청이 잘못하든 경찰이 잘못하든 그것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구심점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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