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안전자산' 엔화와 '위험자산' 위안화의 엇갈린 운명

30일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30일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엔화와 위안화의 운명이 정반대로 갈렸다. 한때 안전자산의 대명사였던 엔화는 위험자산으로 몰락할 처지이고, 위험자산으로 평가받던 위안화는 오히려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30일 외환시장에서 엔 환율은 달러당 162엔을 넘어서며 1986년 이후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달러화 강세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안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행(BOJ)은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다카이치 내각은 경제 부양을 이유로 확장 재정정책 기조를 천명함에 따라 정책 불일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엔화 약세는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입 물가 상승을 촉발해 내수를 약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현재 세계적인 AI 혁명 속에서 일본은 반도체 등 AI 관련 수출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것도 우려 요소이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수출액이 한국 등에 밀려 7위까지 밀려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시라이 사유리 BOJ 전 심의위원은 지난주에 엔 환율이 달러당 165엔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고시 환율을 달러당 6.8109위안으로 고시했는데, 이는 지난 15일 기록한 2023년 2월 이후 3년 3개월래 최저치인 6.8088위안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중국이 관리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 함께 외국인의 역내 금융시장 투자가 제한적인 부분도 있지만, 반도체와 전기차 등의 수출 호조로 인한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이 큰 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29일 하반기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전기차·배터리·전자제품 등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고, 그간 진행된 제조업 투자와 생산능력 확충도 실제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중국 수출의 양호한 증가세를 지지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국이 중동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기축 통화인 달러화 전망이 약해진 상황에서 위안화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UBS는 위안화를 "견고한 대외수지와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구조적으로 저평가된 통화"라고 평가하며 올해 달러와 유로 대비 3~4%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중국 경제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대로 일본은 엔저라는 환율 효과에 의존하고 있지만 산업 경쟁력 회복 없이는 통화 약세가 오히려 경제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엔화와 위안화의 엇갈린 흐름은 안전자산이라는 지위도 영원하지 않고, 위험자산이라는 평가도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장은 이제 통화의 이름보다 산업 경쟁력과 경제 펀더멘털을 먼저 평가하고 있다. 최근 급격한 원화 환율 변동이 문제로 떠오른 한국 역시 AI와 반도체, 미래 제조업 등에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결국 통화의 가치는 경제의 체력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엔화와 위안화의 엇갈린 운명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