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물이 거꾸로 흐른다. 역류(Crosscurrent)라고 표현한다. 통상적으로 물은 한 방향으로 흐르고, 이를 본류(Maincurrent)라 한다. 다만 본류를 거역할 만한 강한 물리적 힘이 작용하면, 역류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2026년 AI는 거대한 역류를 불러왔다.
돈의 흐름도 그렇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돈은 낮은 수익성에서 높은 수익성을 찾아 흐른다. 즉, 돈은 높은 수익성을 찾아 실시간으로 이동한다. 전통적으로 그 높은 수익성을 결정짓는 것은 금리다. 금리가 올라갈 때는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금리가 내려갈 때는 자산시장으로 흘러간다. 마치 금리는 중력과 같다. 금리가 자산가치를 끌어 올렸다, 내렸다 하게 만든다. 금리는 돈의 방향을 결정짓는 본류와 같다.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전통적인 힘을 넘어서 AI라는 또 다른 힘이 역류를 불러왔다.
AI가 가져올 역류
첫째, 자본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미국 M7 기업들이 S&P 500 지수 전체 시가총액에서 약 35% 수준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차이나 드래곤 7’도 막대한 지배력을 보인다. MSCI 중국지수(MSCI China Index)에서 약 25%, 홍콩 항셍 테크 지수(Hang Seng Tech)에서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중국 증시는 국유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홍콩, 미국 ADR, 중국 본토 등 해외 분산 상장한 독특한 구조가 있어서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 코스피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만 보아도 테크놀로지로 얼마나 많은 돈이 쏠리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M7은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의 줄임말로,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하는 7개의 초대형 기술 기업을 뜻하는 말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를 가리킨다).
주요국 빅테크 자본 쏠림
주1 : 각 시장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을 추산함(2026.7.12. 기준).
주2 : M7=Apple, Microsoft, NVIDIA, Alphabet, Amazon, Meta, Tesla
주3 : 차이나 드래곤7=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BYD, 샤오미, PDD 홀딩스, 넷이즈
주4 : 삼전닉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둘째, 실물경제에도 AI가 역류를 만들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특히, 중동전쟁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불러오고, 상당한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 2025년부터 본격화한 관세전쟁도 교역 신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밸류체인은 크게 ‘AI 인프라 – 모델 – AI 서비스’로 구성되는데, 3대 영역의 성장에 기여하는 기업들과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들은 경제적 하방 압력들을 상쇄시키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AI 밸류체인 품목들(AI-enabling goods)의 수출기여도는 놀랍도록 증가해 왔다. 한국 경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사적 실적을 내고 있고, 한국의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도 최고치를 매월 경신하고 있다. 민관이 계획하고 있는 3대 메가프로젝트도 향후 10년간 연간 GDP의 10% 이상이 반도체 설비투자 등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저성장을 우려하던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역류가 일 것으로 판단케 해준다.
주요 품목별 수출 기여도
주 : AI-enabling goods trade를 AI 밸류체인 품목(반도체 등)으로 의역함]
셋째, 총량적 경제지표들이 체감 경제와의 괴리를 갖게 만든다. 경제지표들은 실물경제를 설명해 주고, 대변해 주는 법이다. 이게 본류인 것이다. 모의고사 총점과 평균이 학생의 학업성적을 대변해 주듯 말이다. 총량적 경제지표의 대표 격인 GDP, 수출, 경상수지 등은 놀랍도록 좋다. 대부분의 경제주체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다. 테크놀로지가 역류를 만들고 있다. 국내 취업자가 약 2900만명에 달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은 17만명이 채 안 된다. 반도체와 AI 부문의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 행보를 보일지라도, 대부분의 내수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넷째, 노동시장에도 역류를 불러온다.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반해, 청년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다. AI를 비롯한 자동화 기기의 도입은 당장 일자리를 줄이기보다, 청년 일자리를 우선하여 줄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하고, 경력직만을 채용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필자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연구계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연구진은 보조연구원과 팀을 구성해 연구과제를 수행해 왔다. 필자도 처음 시작은 보조연구원이었다. 선배 연구자들은 보조연구원에게 자료조사 및 통계 수집 등을 맡겼고, 보조연구원들은 선배 연구자들로부터 연구 철학, 연구방법론 등을 훈련받으며 연구 역량을 쌓아가는 구조였다. 일정 기간의 경력을 갖추고 나면, 독립적인 연구 수행 능력을 갖추게 되곤 했다. 이제 이러한 본류가 흐트러졌다. 기업들은 경력직만을 채용하고, 청년은 경력을 가질 기회조차 없다. 이대로 10년이 지난 청년의 모습은 어떨지, 경력을 갖춘 인재는 충분할지도 의문스럽다. 법조계, 컨설팅 계부터 다양한 업종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다섯째, 인플레이션에 역류를 불러오고 있다. AI가 물가에 엄청난 상승 압력과 하방 압력을 동시에 주고 있다. 먼저, 상승 압력은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이라는 신조어로 대변된다. AI 열풍 속에 반도체 병목현상이 야기 되고, 이는 D램,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다. 노트북, 자동차, 가전제품 등 반도체가 안 들어가는 제품이 없듯이, 안 오르는 제품이 없다. 더욱이, 전력 및 통신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어 각종 원자재와 전력 가격 등을 상승시키고 있다. 반면, AI가 산업 전반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법률 서비스, 물류 서비스 등의 비용과 가격을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AI는 전반적인 일자리 감소와 소득 축소로 이어져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관측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통화정책 기조도 불안해진다.
본류와 역류를 구분하라
본류와 역류가 혼재된 경제다. 때론 역류가 본류인 듯 착각하게 되는 일도 많다. 정부는 이러한 혼란 속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할 때다. 총량적 지표와 체감 경제를 이원화하여 관리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주요 수출 기업들과 내수 중소기업 간의 괴리는 한국 경제를 오래 버티게 할 수 없다. AI가 노동시장에 가져올 구조적 변화를 파악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들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현상은 늘지 않는 전체 실업률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기업은 본류를 떠나 역류에 올라타야 한다. AI를 만들거나,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AI를 만든다’ 함은 앞서 강조한 AI 밸류체인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 및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 AI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고도화된 AI 모델을 확보할 수도 있다.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 걸친 AI 도입을 AX(AI Transformation)라 한다. AX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차원이 다른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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