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면 유독 몸이 무겁고 관절이 쑤시는 것 같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은 "비만 오면 통증이 심해지는 것 같다", "평소보다 피로가 오래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자가면역질환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자로부터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자신의 정상 세포를 적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질환이다. 류마티스관절염과 전신홍반루푸스, 강직척추염 등 만성 염증성 질환이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정말 비가 자가면역질환을 악화시키는 걸까. 전문가들은 날씨 자체가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장마철에는 낮은 기압과 높은 습도로 인해 이미 염증이 있는 관절의 통증을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활동량이 줄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피로가 쌓인다. 결국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비 자체보다 몸의 균형이 흔들리기 쉬운 환경에 있다.
몸의 균형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평소 생활 리듬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다. 컨디션이 떨어진다고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은 더 쉽게 굳고 근력도 감소한다. 비가 오는 날에도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이어가는 편이 관절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냉방기를 오래 사용할 때는 얇은 겉옷이나 담요를 활용해 관절과 근육이 차갑게 식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마철에는 햇빛을 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 비타민 D가 부족해질 수 있고 특히 전신홍반루푸스 환자는 햇빛 노출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결핍 위험이 더 높다.
박영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 비타민 D 상태를 확인하고 보충제 복용 여부를 담당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며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수분 섭취도 면역 균형을 유지하고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마철에는 세균과 곰팡이가 쉽게 번식해 감염병 예방을 평소보다 신경써야 한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박영재 교수는 "외출 후에는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는 등 개인위생과 식품위생 관리가 중요하다"며 "발열이나 기침, 설사, 피부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한 감기로 넘기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생활 관리만큼 중요한 것이 약물 치료다. 증상이 잠잠하다고 약을 하루 정도 거르거나 스스로 용량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다. 증상의 변화와 질병 활성도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질병 활성도가 높아져 재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로감이 조금 늘거나 몸이 무거운 정도는 장마철에 흔히 겪을 수 있는 변화다. 반면 관절이 평소보다 심하게 붓고 열감이 나타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 심한 피부 발진이나 호흡곤란, 흉통, 혈뇨, 갑작스러운 손발 부종이 동반된다면 컨디션 저하로 넘겨서는 안 된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증상은 질환 악화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신속히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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