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 발이리에서 추진 중인 광산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광산이 들어서는 순간 삶의 터전은 물론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유산까지 잃게 된다"며 개발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을 특정 개발사업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생존권과 환경권, 그리고 삼척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발이리 광산개발대책위원회와 동해·삼척기후위기비상행동은 14일 삼척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동의 없는 광산개발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광산개발 중단과 인허가 절차 전면 재검토를 삼척시에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광산을 반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라며 "삼척의 산과 물, 주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키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개발로 인한 생활환경 악화와 생존권 침해다.
현재 광산개발을 위한 진입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미 대형 공사 차량의 통행이 잦아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도로 훼손 등으로 주민들의 일상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지금도 창문을 열기가 어려울 정도로 먼지가 날리고 공사 차량이 오가는 소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광산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발파에 따른 진동과 소음, 비산먼지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사업 시행 과정에서 회사 측이 약속했던 안전대책과 생활용수 확보 방안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행정기관의 철저한 확인과 감독을 요구했다.
특히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이곳은 기업의 생산기지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삶을 이어온 우리의 집이고 삶의 터전"이라고 호소했다.
환경단체 역시 발이리 일대의 지형적 특수성을 들어 광산개발의 위험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발이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라는 점이다.
카르스트 지형은 지하수의 흐름과 동굴 생태계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된 지질 구조로, 한 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발이리 광산 예정지는 천연기념물인 환선굴과 대금굴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오십천 상류 수계와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단체는 "석회암 지형을 대규모로 채굴할 경우 지하수 흐름이 바뀌고 동굴 생태계는 물론 오십천 수계 전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척이 오랜 세월 지켜온 자연유산과 관광자원을 되돌릴 수 없는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지역에는 산양을 비롯해 하늘다람쥐, 담비,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단체는 "하늘다람쥐는 오래된 숲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종이며 담비는 산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생물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광산개발은 이들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주민들은 인허가 과정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삼척시에 따르면 해당 광산은 지난 3월 강원특별자치도로부터 광산개발 인가를 받았으며 이후 개발행위허가와 농지·산지 전용 허가 등이 순차적으로 완료됐다.
사업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분류돼 관련 절차가 진행됐으며 협의 과정에서 추가 생태조사와 보호종 발견 시 보전방안 마련 등의 조건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실제 공사 규모는 훨씬 큰데도 사업을 여러 구역으로 나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것 아니냐"며 이른바 '쪼개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진입도로 공사 명목으로 허가를 받은 뒤 실제로는 광산 부지를 먼저 조성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광산개발 즉각 중단 △정밀 환경영향평가 및 수리지질조사 실시 △환선굴·대금굴·오십천 수계 영향 재검증 △주민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민관 공동조사단 구성 △주민 동의 없는 인허가 절차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한 주민은 "광산은 수십 년 동안 운영될 수 있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며 "주민들의 삶보다 중요한 개발은 있을 수 없다. 최소한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동의 절차는 반드시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삼척은 환선굴과 대금굴, 아름다운 숲과 계곡을 기반으로 관광도시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 소중한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과연 삼척의 미래와 맞는 방향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이리 광산개발대책위원회는 "우리는 개발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추진되는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발이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이며, 아이들과 미래세대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이라며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검증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다만 이번 기자회견의 내용은 발이리 광산개발대책위원회와 환경단체, 주민들이 제기한 주장과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 사업 시행사와 관계 행정기관의 입장 및 사실관계는 향후 추가적인 확인과 설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편, 발이리 광산개발을 둘러싼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삼척시와 관계기관이 주민들의 우려와 사업의 공익성, 환경적 영향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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