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유지 문턱 높아지는데 '주가 누르기 방지법'까지…'차라리 퇴장' 늘어나나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정부가 '주가 누르기 방지법'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도 시가총액·주가 등 상장유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상장사들의 생존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상장유지 결격 사유를 방치해 의도적으로 상장폐지를 택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0.8배 미만 상장사는 코스피 521개사(64.96%), 코스닥 815개사(47.52%)로 집계됐다. 연초와 비교하면 코스피는 4.57%포인트, 코스닥은 14.66%포인트 각각 늘었다.

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포함하고 적용 대상과 평가 기준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입법이 지연되고 있으니 속도를 내달라"며 관련 법안 처리를 주문한 바 있다. 법안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그 대상이 되는 저PBR 기업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상속·증여세를 산정할 때 시가 대신 비상장사와 유사한 자산·수익 기반 공정가치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장주식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세 부담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기업 승계 과정에서 배당을 줄이거나 투자를 미루는 방식으로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거래소의 상장폐지 제도 개편까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선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는 이달부터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높였으며 내년 1월부터는 각각 500억원,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한다. 시가총액 기준 미달은 이의신청이 허용되지 않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로, 별도의 개선기간이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없이 정리매매 절차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유상증자나 사업 재편 등을 통해 상장 지위를 유지하려는 기업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상장 유지에 드는 비용과 부담을 고려해 퇴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상속·증여세 개편이 이뤄질 경우 오너 중심의 중소형 기업이나 외부 자금 조달 수요가 크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필요성을 다시 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절감하려는 기업이라면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거나 상장폐지를 추구할 유인이 있을 수 있다"며 "비상장주식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반영해 평가하고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적용하는 만큼 상장주식보다 평가방식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액주주 보호 강화 등으로 상장 유지 비용이 높아지고 자진 상장폐지 역시 주주 보호 절차가 강화돼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장폐지를 원했던 기업이라면 높아진 시가총액 기준과 신설된 동전주 요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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