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 기록이 연일 경신되는 등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위험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단순 탈진으로 여겼다가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으로 악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고령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같은 환경에서도 훨씬 빠르게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3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하루 동안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96명으로 집계됐다.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지난달 21일까지만 해도 20명대에 그쳤다. 이후 점차 늘더니 25일부터는 매일 70명 이상 발생하다가 1일 기준 100명에 육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응급실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지난 5월 15일부터 이달 1일까지 모두 1889명으로 늘었다. 누적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서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져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경미한 열경련부터 열탈진, 생명을 위협하는 열사병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중추신경계 기능이 손상되는 응급질환이다.
의료계에선 고령자는 특히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나이가 들수록 땀샘 기능이 저하돼 땀 분비가 줄고 피부 혈관의 확장 능력도 떨어져 열을 제대로 방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갈증을 느끼는 감각 역시 둔해져 탈수가 상당히 진행돼도 수분 보충이 늦어지기 쉽다.
초기 증상은 피로감과 무기력감으로 시작된다. 평소보다 쉽게 지치고 간단한 활동에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휴식과 수분 보충이 이뤄지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체온이 더 상승하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피부가 뜨겁고 붉어지지만 땀이 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위험 신호다. 심박수는 분당 120회 이상으로 빨라지고 혈압은 떨어지며 호흡은 가빠진다. 심한 경우 의식 저하, 이상 행동, 경련 등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뇌 손상은 열사병에서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체온이 42도를 넘으면 뇌세포가 직접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의식 혼란, 언어 장애, 성격 변화 등이 발생하며 일부는 회복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남는다.
현장에서의 대응은 '속도'가 핵심이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 상황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동시에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 체열 방출을 돕는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는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젖은 수건을 대고 바람을 쐬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지근한 물을 뿌려 증발 냉각을 유도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다만 얼음물이나 과도한 냉각은 혈관 수축과 심장 부담을 초래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치료 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 고령자는 회복 속도가 느리고 다양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서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저하되는 인지 기능 장애가 대표적이며 신장 기능 저하나 심장 기능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퇴원 이후에도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대를 이용해야 한다. 하루 중 가장 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을 26~28도로 유지하고,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냉방기기가 없다면 선풍기와 젖은 수건을 활용해 체온을 낮출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필요하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령자의 온열질환은 초기 증상이 모호해 대응이 늦어지기 쉽다"면서 "조기에 발견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열질환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기 때문에 작은 증상이라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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