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217조원으로 한 달 전 204조원보다 13조원 늘었다. 지난해 5월 말 196조원과 비교하면 21조원 증가했다. 반면 만기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225조원에서 189조원으로 36조원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피' 장세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단기 예금 선호가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처를 정하기 전까지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단기 상품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앞으로 예금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면 현재 금리로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기보다 3~6개월짜리 상품에 가입한 뒤 만기가 돌아왔을 때 더 높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개월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2.80~2.90%다. 6개월 만기는 연 3.00~3.10%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24개월 만기 최고금리는 연 2.40~2.75%, 36개월 만기는 연 2.40~2.70%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고객이 돈을 오래 맡기는 대가로 장기 예금에 단기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돈을 오래 맡길수록 은행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공식이 뒤집힌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 상승기에 장기 예금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확정하는 것은 부담이다. 향후 금리와 자금 수요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높은 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끌어오기보다 단기 예금 위주로 수신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예금을 많이 끌어오더라도 이를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으로 운용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이자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장·단기 예금의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만기가 긴 상품에 목돈을 한꺼번에 묶기보다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만기를 나눠 예치하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파킹통장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파킹통장은 일반 입출금통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면서 필요할 때 바로 돈을 꺼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광주은행 '매일이자Wa파킹통장'은 최고 연 5.1% 금리를 제공한다. SC제일은행 '스마트박스통장'과 IBK기업은행 '부가세모으기통장'도 각각 최고 연 5.0%를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OK저축은행 상품이 최고 연 7.0%, 대신저축은행 상품이 최고 연 6.0%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최고금리는 우대조건과 예치금액 등에 따라 실제 적용 금리와 차이가 날 수 있다.
고금리 단기 적금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우리은행 '나의 소원 우리 적금'은 우대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6개월 만기 기준 최고 연 8.29%를 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이 모두투어와 제휴해 선보인 여행 연계 적금도 우대조건 충족 시 3개월 만기 기준 최고 연 7.3% 금리를 제공한다. 이들 상품 역시 가입 한도와 우대조건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장기 예치보다 3~6개월 단위로 자금을 나눠 운용하면서 금리 변화를 반영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자금을 짧게 굴리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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