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장금, VLCC에 조단위 베팅…호황 뒤 '공급과잉' 우려도

  • 운임 8배 뛰자 VLCC 쓸어담는 선사들

  • 신조선 쏟아지는 2028년 과잉 우려↑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진=한화오션]
중동 지정학적 위기로 유조선 운임이 고공행진하면서 국내 해운사들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중고선 인수에 이어 신조선 투자까지 확대하며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모습이다. 다만 VLCC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발주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향후 구조적 선복 공급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올해 들어 VLCC에만 약 2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선대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SK해운으로부터 중고 VLCC 10척을 약 6억68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신조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팬오션은 올해 6월 말 기준 VLCC 2척 추가 발주를 결의하는 등 총 9척 규모의 신조 오더북을 확보했다. 기존 벌크선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유조선 부문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행보다.

장금마리타임도 VLCC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장금마리타임은 지난해 말부터 중고 VLCC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선대를 빠르게 확대해 왔다. 현재 보유·운용 중인 전체 유조선은 160척을 웃돌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VLCC인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기간 대규모 VLCC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원유운송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국내 선사들이 VLCC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유조선 시장이 이례적인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산과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로 정상적인 원유 운송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선박이 줄어든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가용 선복이 빠듯해졌다.

VLCC 운임도 크게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전 하루 평균 5만~6만 달러 수준이던 VLCC 운임은 최근 약 48만 달러까지 치솟으며 8배 이상 뛰었다. 

운임 급등은 해운사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된다. 선박을 추가 확보할수록 고운임 시장에서 가져갈 수 있는 화물과 운항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VLCC는 운임 변동 폭이 큰 선종인 만큼 시황 상승기에는 선대 규모가 큰 선사일수록 실적 개선 효과도 커진다.

문제는 글로벌 선사들이 일제히 VLCC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선사들의 발주 경쟁이 이어지면서 올해 VLCC 신조 발주량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VLCC 오더북 역시 기존 선대의 30%를 웃돌 정도로 증가하며 향후 선복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발주된 선박 상당수는 2028~2029년 이후 순차적으로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중동발 운임 급등으로 VLCC를 확보할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지만 2028년 이후 신조선이 대거 인도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원유 물동량이 선복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중동 정세가 안정될 경우 현재의 공격적인 투자가 오히려 공급과잉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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