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로 15㎏을 뺐는데 얼굴이 너무 늙어 보여서 볼륨 필러랑 울쎄라 받으러 왔어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A피부과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31)는 마운자로 덕분에 불과 두 달여 만에 15㎏ 감량에 성공했다. 목표 체중을 달성하려면 5㎏을 더 빼야 하지만, 급격히 늙어 보이는 얼굴 때문에 다이어트를 잠시 중단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씨는 "친구들이 '급격한 다이어트에 리프팅 관리는 필수'라고 하더라"며 "마운자로 처방에만 80만원 넘게 들었는데 볼륨 필러에 울쎄라까지 하면 100만원이 넘는 돈이 또 나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A피부과의 상담실장은 김씨처럼 GLP-1 계열 비만치료제로 체중을 뺀 뒤 리프팅 관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동안 열풍으로 그간 리프팅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었으나 최근 1~2년 사이 다이어트 후 고민 부위를 상담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마운자로,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전 세계적인 열풍이 다이어트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로 체중 감량 자체는 과거보다 수월해졌지만, 현장에서는 또 다른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약물을 통해 전반적인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이들의 상당수가 얼굴과 바디 라인을 다듬는 리프팅 관리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기간 체중이 급격히 줄면 얼굴 지방도 함께 감소하면서 팔자주름·심부볼 등이 도드라지며 피곤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피부 처짐이 심한 경우 초음파·고주파 리프팅이나 실리프팅 등 비수술적 치료를 하지만, 처짐이 심한 경우에는 안면거상술을 고려하게 된다.
40대 여성 이모씨는 "3개월 만에 12㎏을 뺐다"며 "볼살 패임이 심해지면서 팔자주름이 도드라져 보이고 얼굴 전체가 총체적 난국"이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선 실리프팅을 했는데 나중에 안면거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성공 후 바디 라인을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졌다. 365mc가 서울·인천 등 5개 병원급 의료기관의 최근 3개년 부위별 지방흡입 수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GLP-1 치료제의 국내 출시 이후에도 지방흡입 전체 수술 건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위별 수요 변화가 눈에 띈다. 복부와 허벅지 등 중심부 체형은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팔 지방흡입 건수는 2023년 1만307건, 2024년 1만593건에 이어 지난해 1만3487건으로 전년 대비 31% 급증하며 복부를 제치고 가장 많이 시행된 시술이 됐다.
김하진 365mc 대표원장협의회 회장은 "GLP-1 치료제는 전반적인 체중 감량에는 효과적이지만 타고난 체형이나 유전적 요인에 따른 특정 부위의 지방 분포, 라인까지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제 체중 감량 이후에도 팔뚝처럼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딘 부위는 남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GLP-1 체중감량 대중화가 에스테틱 시장 재편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GLP-1 감량 환자들이 주로 피부 탄력 저하, 피부 질 악화, 얼굴 볼륨 감소를 호소하면서 HA필러·바이오스티뮬레이터·에너지 기반 장비를 결합한 복합 프로토콜이 늘고, 국내에서도 지방분해주사, 리프팅, 바디 컨투어링, 재생 시술 수요가 성장하는 추세다.
에스테틱 시장은 GLP-1 열풍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에스테틱 시장 규모는 지난해 925억5460만 달러(약 12조5000억원)로 평가됐다.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8.11%로 성장해 2034년 1865억1593만 달러(약 2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체중 감량 및 몸매 관리를 위해 찼던 헬스장은 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생활체력단련장업(헬스장 등) 인허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8월 문을 닫은 헬스장은 481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37곳)보다 42.7% 늘어난 수치다. 2022년 같은 기간(211곳)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대중화되면서 주사 한 방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게 되자 헬스장에 다닐 유인책이 약해진 것"이라며 "운동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조성해 치료와 운동이 함께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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