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 외화 결제 비중이 높아 환율 하락의 대표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항공주는 꾸준한 상승을 이어간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주는 3개월만에 반토막이 났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두 업종 간의 희비는 당분간 엇갈릴 전망이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만9800원으로 지난 8월 10일 종가(2만6850원) 대비 11% 상승했다. 미·이 전쟁으로 환율과 유가가 치솟던 3월 31일 종가인 2만3550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27% 상승한 셈이다. 같은기간 아시아나항공도 6930원에서 8000원으로 15% 상승했다.
항공업은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 핵심 지출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 환율에 민감한 업종이다. 특히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여행 수요가 위축돼 본업에도 치명적이다. 치솟던 환율이 정상화되면 업황 회복과 함께 외화부채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외화부채는 56억 달러(7조5000억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씩 하락할 때마다 장부상 부채가 560억원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반면 대표 수출업종인 자동차주는 수개월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날 종가는 38만8000원으로 한 달 전(40만9000원)에 비해 5% 하락했다. 현대차는 본업인 자동차의 글로벌 판매량 증가와 미래 먹거리인 로봇 사업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6월 78만7000원(2일)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환율 하락 안정화와 대미 자동차 관세, 파업에 따른 생산 물량 차질 등이 겹치며 3개월 만에 주가가 50% 이상 빠졌다. 기아 역시 이날 종가는 12만6800원으로 한 달(13만5200원) 만에 6% 떨어졌다. 상승 탄력이 붙던 5월 종가(16만9200원)와 비교하면 25% 하락한 수치다.
증권가는 올 3분기부터 환율 하락에 따른 자동차업체의 수출 수익성 하락이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줄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유안타증권은 2023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환율에 따른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각각 3조7000억원, 4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현대차그룹은 대미 자동차 관세를 환율로 상쇄했던 만큼 환율 하락 추세는 실적에 부담 요소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90원 내린 133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말 주간거래 종가(1549.4원) 대비 12% 하락한 수치다. 환율은 올 초 1400원대 중반으로 출발해 6월 초엔 장중 1560원을 넘으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7월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꾸준히 우하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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