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취임 후 첫 개각, 경제·외교안보 사령탑 유임…기존 노선 유지

  • 가타야마·기우치 남아 적극재정 계속…금리 3% 속 시장 신뢰 시험대

  • 모테기·고이즈미도 유임…연말 안보 3문서 개정·무기 수출 확대 추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17일 개각을 단행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과 기우치 미노루 성장전략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등 경제·외교안보 정책을 이끄는 주요 각료를 유임시켰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보다 핵심 정책의 연속성을 택한 것으로, 적극재정과 방위력 강화라는 다카이치 정권의 기존 노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상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10월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꾸린 뒤 각료를 내지 않고 정책에만 협력해 온 일본유신회에서는 나카쓰카 히로시 전 간사장이 행정개혁상으로 처음 입각했다.

경제정책에서는 가타야마 재무상과 기우치 성장전략상의 유임이 핵심이다. 두 사람은 다카이치 정권이 내건 재정 확대 노선인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각각 재정과 성장전략 측면에서 뒷받침해 왔다. 닛케이에 따르면 기우치 성장전략상은 당초 다른 자리를 원했으나 다카이치 총리가 “달리 맡을 사람이 없다”며 유임을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닛케이는 시장이 적극재정을 경계하는 가운데서도 총리가 두 사람을 유임시킨 것은 이 노선을 굽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새 내각의 첫 시험대는 식료품 소비세 인하다. 일본 정부는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낮출 방침이다. 연간 5조엔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확보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관련 법안 담당상을 겸임하게 된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를 “내각의 최우선 법안”이라고 했지만 10월 초 소집될 임시국회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여당이 참의원 과반 의석에 못 미치는 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야당의 찬성을 얻을 전망이 서지 않고 있다.

적극재정을 이어가면서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것도 과제다. 일본 장기금리는 약 30년 만에 3%대로 올라섰고 2027회계연도 예산의 부처별 요구액은 총 143조엔까지 불어났다. 기우치 성장전략상은 이날 “무분별하게 재정을 확대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며 시장 관계자들과 소통해 우려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으로 채권시장을 흔들었다가 진화에 나선 적도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늘어날 국채 이자 부담을 억제하면서 성장 투자를 확보하는 것이 그에게 남은 숙제다.

외교·통상 분야도 기존 사령탑을 유지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7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때 일본과 관계가 냉각된 중국·러시아의 외교장관과 짧게 접촉했다. 아사히신문은 과거 외무상 시절 쌓은 인맥을 살린 장면으로 평가했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앞서 미·일 관세협상의 일본 측 협상역을 맡았고 호르무즈해협 위기 때는 대체 원유와 나프타 확보를 지휘했다. 협상 상대였던 미국 상무장관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틀인 국가안보전략 등 3개 안보 문서의 연말 개정을 계속 주도한다. 그는 일본의 무기 수출 규칙인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지침을 고쳐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 수출을 전면 허용하는 데 관여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관계를 다져온 고이즈미 방위상의 유임으로 방위력 강화와 무기 수출 확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사에는 사실상 차기 총리를 정하는 2027년 가을 자민당 총재선거를 겨냥한 포석도 깔려 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0월 총재선거에서 경쟁한 모테기 외무상과 고이즈미 방위상 등을 요직에 남겨 이들이 반(反)다카이치 세력으로 결집할 여지를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 1차 투표에서 국회의원 표를 다카이치 총리보다 많이 얻었던 하야시 요시마사 전 총무상은 내각에서 제외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총리 주변에서는 그를 내각 밖에 두면 총리에게 맞서는 행보에 나설 수 있다며 경계해왔다. 닛케이는 소비세 인하에 신중하고 중국과의 대화를 중시해 총리와 입장이 달랐던 하야시 전 총무상이 내각을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걸으며 다음 총재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당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2023년 불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사건(파벌 모금 행사 수익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누락한 사건)에 연루된 야나 가즈오 의원과 세키 요시히로 의원이 각각 농림수산상과 문부과학상에 기용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건이 드러난 뒤 연루 의원이 각료에 기용된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당장 10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의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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