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미 투자 협상 과정에서 대형 원전 건설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회 보고를 연기하면서 대미 투자의 핵심 수혜주로 꼽혔던 두산에너빌리티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18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전날로 예정됐던 국회 보고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보고가 연기됨에 따라 이날 발표할 것으로 예측됐던 2000억 달러(약 272조원) 규모 대미 투자 1호 사업 발표도 함께 연기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미 투자 국회 보고 및 사업 발표가 연기된 배경에는 미국과 원전 분야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미국에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6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제품인 AP1000, 2기는 팀코리아 제품인 APR1400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가 APR1400을 미국 내에 건설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에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통과해 기술적 걸림돌은 없지만 미국 입장에서 자국 제품인 AP1000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APR1400은 두산에너빌리티·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한전원자력연료 등 국내 기업이 중심이 되어 완성한 한국형 신형 경수로 원전 모델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 제작을 전담하는 만큼 소형모듈형원전(SMR)과 함께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증권가에선 APR1400의 미국 진출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한국 기업과 달리 두산에너빌리티에 큰 악재는 아니라는 시각도 강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웨스팅하우스 AP1000의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 공급사로 확정되어 계약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사업 주도권을 가진 APR1400과 달리 AP1000은 웨스팅하우스와의 계약 관계 및 공급망 전략 변화에 따른 사업 변동성 위험이 크다.
미국 원전 투자가 최종 확정되면 체코 두코바니 5·6호기와 영덕 2기 등 기존 대형 원전 물량에 미국 원전이 더해지는 만큼 생산 능력 확충도 회사의 핵심 과제로 주어질 전망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 원전 주기기 생산 능력은 연 2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 내 원전 공급망이 끊어진 만큼 자국 부품 우선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한국이 안달복달하며 양보할 이유가 없는 만큼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당당하게 국가 간 협상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미 투자 1호 사업인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경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 확충 등으로 인해 한미 간 이견이 거의 없는 만큼 한국 측 제안대로 사업 규모가 확정될 공산이 크다. 정부의 요청대로 한국 기업이 핵심 기자재 공급사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공급사로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측이 기자재 공급사에 GE버노바 등 미국 기업을 일정 비율로 참여시킬 것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현재 주요 가스터빈 업체들은 AI DC가 촉발한 슈퍼사이클로 인해 민간에서 발주한 가스터빈 물량을 대는 것만으로도 벅찬 만큼 가스터빈에 미국산 기자재 활용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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