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개혁 시험대] 정상화 약속에도 남은 물음표…구제 기간·법적 근거는 미정

  • 자진 정비·처분 유예 기간은 추후 확정

  • 농지은행 매입 재원 확보도 숙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적발되는 관행적·경미한 위반에 대해 자진 정비와 농지은행 위탁 등 정상화 경로를 제시했다.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농가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큰 방향을 정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개별 농가 입장에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 농가가 언제까지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처분을 피할 수 있는지, 처분 유예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 핵심적인 세부 기준은 특별조치법 제정 과정에서 정하기로 하면서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당정은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로 명백한 투기와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 전용은 농지법에 따라 처분하고, 상속·이농이나 고령화 등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 위반은 정상화·양성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수조사는 5~7월 기본조사를 거쳐 8월부터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정상화의 '기간'이다. 정부의 구상은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면 우선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하고, 스스로 정비하기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임대 또는 관리권을 위탁해 처분의무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진 정비기간이 몇 개월인지, 농지은행 위탁을 통한 처분 유예가 언제까지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백브리핑에서 무기한 유예는 아니라면서도 현장 의견과 공청회 등을 거쳐 적정 기간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11월 15일까지 연장된 임대차 특별정비기간과 향후 처분 유예기간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3년 이상 소유한 농지가 조사 기간 내 농지은행에 위탁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특별정비기간 이후 정상화 절차가 어떻게 이어지고, 자진 정비나 위탁을 하지 않은 농지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법적 근거도 변수다.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사후 추인은 특별조치법 제정이 전제돼 있다.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법안을 마련해 국회 의결을 마치고 내년 1분기 시행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법안이 예정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조사 이후 처분 절차를 어떻게 할지, 법 시행 전 기존 위반에 대한 처분을 모두 보류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현행 농지법에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반에 대해 정상화 차원의 처분 유예를 할 근거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투기와 관행적 위반을 가르는 기준도 개별 판단으로 남았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내고 농지를 취득한 뒤 휴경·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영위한 경우, 농지 공유지분을 취득한 뒤 개발이익을 노린 경우 등을 대표적인 투기 유형으로 제시했다.

다만 실제 영농 의사가 있었는지는 단순히 나이나 건강, 임대 여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농식품부는 항공사진 등 자료와 각종 정황, 소유자의 소명을 종합해 판단하고 청문 절차를 거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심층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투기로 확정된 농지 규모나 유형별 비중도 공개하지 않았다.

농지은행의 역할 확대 역시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백브리핑에서 농식품부는 농지연금 가입 대기자가 상당수 있어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지은행이 매입할 농지의 가격 역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농가가 기대하는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지도 과제다.

맹지·경사지 등 저활용 농지의 활용 방식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농지은행이 필요하면 복구해 임대하거나 영농형 태양광 등 대체 활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농사 자체가 어려운 땅에서 농업과 발전을 병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이번 대책은 농지 위반을 일률적으로 처분하는 대신 투기와 농촌의 관행적 위반을 구분하고, 자진 정비·농지은행 위탁·사후 전용 추인이라는 정상화 경로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농가가 실제로 가장 궁금해하는 구제 기간과 유예 조건, 특별조치법의 입법 여부, 정상화에 필요한 재원과 저활용 농지 활용 방식은 후속 결정으로 남았다. 정부의 '정상화' 방침이 개별 농가의 실질적인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지려면 앞으로 마련될 법률과 세부 지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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