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형사사법 대전환] "일선 현장 혼란스러워…사건 정체될 가능성 높아"

  • 공소청 검사, 보완수사요구권 부여됐지만 강제력 없어

  • 금융·마약·보이스피싱 범죄 '골든타임' 놓칠 우려 제기

22일 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할 예정인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 입구에 중수청 간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할 예정인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 입구에 중수청 간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미완의 형사사법 체계 개편에 따른 이른바 '사법 사각지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법 통제 기구와 인력이 대폭 축소돼 수사 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 달 2일부터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된다. 개정된 형소법은 기존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은 사라지고, 공소청 검사에겐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소청 검사는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검사가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이를 강제로 따르게 할 직접적인 형사법적 처분이나 통제 수단은 없다. 수사기관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한 불복 절차가 원천 봉쇄됨에 따라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처럼 피해자의 권리 역시 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지연과 책임 떠넘기기 현상도 문제로 꼽힌다. 사건이 지연될 때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는 수사기관에 재수사를 강제할 수 없어 수사기관 간 사건을 미루기만 한다면 사건 처리가 장기간 미뤄질 소지가 있다.

아울러 기존의 검찰이 전문성을 갖고 있던 금융·마약 범죄 수사를 중수청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수청 직제안을 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부와 가상자산범죄합수부,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합수부, 수원지검 마약합수본 등 기존 검찰 주도의 주요 합동수사기구들은 중수청에 기능을 넘긴다.

공소청은 영장 신청 등 법률 검토·보완 역할만 담당하고 직접 수사에는 참여할 수 없다. 강제수사에 대한 통제가 강화됨과 동시에 법률 검토가 사후 협의 방식으로 바뀌면서 자금 세탁이나 증거 인멸이 신속하게 이어지는 금융·마약·보이스피싱 범죄 특성상 초동 수사의 기동력이 떨어져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여기에 전문 인력 부족까지 겹쳤다. 회계·금융·디지털포렌식 등 전문 인력은 낮은 처우 탓에 확보하기 쉽지 않고, 공소청 역시 검사와 수사관 정원이 기존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방의 수사 공백은 더 심각할 전망이다. 부산중수청은 부산·울산·경남 전체를 관할하는 동시에 항만·금융·산업재해 등 지역 특화 범죄까지 전담해야 하지만 총원이 겨우 322명 규모에 불과해 수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장 공백과 수사 인력 부족 등 준비가 부족한 채로 출범하는 공소청·중수청 운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 검사들 사기가 많이 저하된 상태이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범죄 혐의가 있어도 10월 이후에는 어떤 기관에서 정확히 어떻게 수사를 진행하는지 정해진 게 없다"며 "이런 상태에서 최소한 수장이라도 있다면 향후 방향성이라도 제시할 텐데 지금 부재인 상태여서 일선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수장 공백이 있긴 하지만 기존에 진행되던 수사는 정상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그렇지만 청장의 결재 또는 청장의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정치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중요한 사건은 중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장 공백보다도 실무를 담당할 수사 인력이 당장 부족하다 보니 사건이 정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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